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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향·비전없는 쇄신風 권력 투쟁만 나부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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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향·비전없는 쇄신風 권력 투쟁만 나부낀다

입력
2011.05.10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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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이 쇄신 구호를 쏟아내고 있지만 솔직히 뭘 하자는 쇄신인지 헷갈린다."

4∙27 재보선 이후 여야 정치권은 내년 총선에서 살아남기 위해 리모델링 또는 변신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쇄신의 방향성이나 내용은 없고, 소리만 요란하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여당에서는 당권을 놓고 싸우는 소리만 크게 들린다. 한나라당 친이계 주류와 소장파 등은 11일 의원총회에서 비상대책위 구성 문제를 놓고 격돌한다.

진정한 쇄신 논쟁을 하기 보다는 권력 투쟁, '네 탓' 공방을 벌이거나 내년 총선 표심을 겨냥한 포퓰리즘 행태를 보이고 있다.

쇄신 논쟁은 본래 당의 정치 노선, 민주적 당 운영 방안, 비전과 정책 등을 중심으로 벌어져야 한다. 영국의 토니 블레어 전 총리가 노동당의 새로운 지도자를 등장했을 때도 전통적 좌파에서 벗어나 중도를 적극 수용하겠다는 '제3의 길'을 내세워 당을 개혁했다.

당의 이념이나 노선을 조정하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 국민의 심판을 받는 게 원칙에 맞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노선이나 정책이 실패하면 지도부 책임을 묻고, 새로운 노선에 부합하는 지도자를 선출하고 당을 혁신하는 것이다.

최근 여야의 풍경은 이 같은 원칙과는 거리가 멀다. 한나라당의 경우 비주류 원내대표를 탄생시키며 기세가 등등해진 소장파 의원들은'새로운 한나라'란 모임을 만들어 쇄신을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새로운 당'의 내용이 무엇인지 보여주지 못하고 "물러나는 최고위원단이 만든 비상대책위가 아니라 원내대표가 당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새로운 당 대표를 선출하는 과정에서 자신들이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쇄신 바람의 단초가 된 재보선 패배에 대해서도 자신을 포함한 '공동 책임'이란 자기 반성은 찾아볼 수 없다. 심지어 재보선 기간 "선거 완패가 더 낫다"고 주장하면서 수수방관했던 일부 의원들이 '참패 책임론'을 거론하는 데 대해서는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도 내부 조직 정비와 외부 인사 수혈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오락가락하는 당의 비전과 노선을 먼저 정립한 뒤 그에 맞는 인적 구성을 해나가는 게 순서다. 이인제ㆍ심대평 의원의 영입을 추진하는 자유선진당의 쇄신 움직임도 총선을 앞둔 충청권 사수 전략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이만섭 전 국회의장은 "말로만 쇄신을 외치지 말고 당의 나아갈 방향을 놓고 치열하게 토론해서 해답을 제시해야 한다"며 "밥그릇 싸움으로 비치는 지금의 모습이 계속되면 총선에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혁주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도 "정치권 인사들은 구태의연한 계파싸움만 벌이지 말고 노선과 비전을 놓고 경쟁해야 한다"고 말했다.

염영남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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