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바오 등 당내 민주화 세력, 보시라이 '홍색 캠페인' 비판
7월1일 중국 공산당 창당 90주년 기념일을 앞두고 중국 정가의 물밑에서 때아닌 사상논쟁이 일고 있다.
논쟁은 '개혁 대(對) 좌파보수'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다. 대결구도의 한 축은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를 중심으로 정치개혁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당내 민주화 세력. 또 다른 한 축은 마오쩌둥(毛澤東) 시대의 향수를 자극하며, '홍색 캠페인'을 통해 극좌 보수파의 결집에 나선 보시라이(薄熙來) 충칭(重慶)시 당서기 추종세력들이다. 2012년 가을로 예정된 중국 공산당 지도부 개편을 앞두고 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기싸움으로도 읽혀진다.
원 총리는 지난달 27일 홍콩을 방문해 대표적 좌파인사 우캉민(吳康民)을 만나 중국의 개혁을 가로막고 있는 '2적(敵)'에 대해 토로했다. 그는"중국의 개혁이 지금 굉장히 어려움에 처해있다"며 "개혁의 걸림돌은 우선 봉건사회의 잔여사상이고 또 다른 하나는 문화혁명을 추종하는 '홍색' 세력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이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진실을 말하지 못하고 있고 그래서 중국 사회풍조가 변질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바로 보시라이 서기가 주도하는 '홍색물결'을 꼬집은 것이다.
이에 맞서려는 듯 보 서기는 최근 개혁개방전 마오 시대의 극좌 성향 자력갱생 방식인 '다칭(大慶)정신'을 극찬했다고 홍콩 밍바오(明報)가 10일 보도했다. 그는 " '다칭 정신'이야말로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를 회복할 수 있는 길"이라며 "우리는 중국 공산당의 우량한 전통과 풍조를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중국 중앙정법위원회 서기인 저우융캉(周永康)도 가세했다. 그는 최근 구시(求是)라는 잡지에 기고문을 통해 "과거를 모두 부정하고 다른 방식의 길을 걷는 것은 잘못"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정치ㆍ사회개혁에 대한 해법 대신 이데올로기 선전에 몰두하는 풍조에 대한 비판 목소리도 팽배하다.
허웨이팡(河偉芳 ) 베이징대 교수는 최근 인터넷에 올린 '충칭 동지들에게'라는 공개서한에서 "문혁시대 회귀는 법치의 이상이 사라진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사상논쟁을 당내 민주화의 진전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장밍(張鳴) 런민대 교수는 "원 총리가 지난해 8월 선전경제특구 성립 30주년부터 잇따라 제기하고 있는 정치개혁에 대한 요구와 발언이 곤경에 처하지 않고 이어지는 것은 '비밀스런 중국 정치세계'에 미묘한 변화가 일기 시작했음을 암시한다"며 "보 서기의 행보도 일당체제에서 중국 특색의 민주주의가 출현하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베이징=장학만특파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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