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말고도 남자(여자)는 많다?" 헤어지자는 여자에게 남자가 이런 말을 합니다.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과연 이 영화 속 대사처럼 사랑은 변하지 않는 것일까요? 사랑이라는 것이 정말 존재할까, 의문을 품게 만드는 사람이 있습니다.
20대 후반 직장여성 K씨는 전문직에 종사하는 남자를 3개월째 만나고 있습니다. 상대는 결혼 얘기를 곧 꺼낼 눈치인데, 그녀는 오히려 헤어지려고 합니다. 둘 사이에 큰 문제는 없습니다. 그 남자는 직장도 좋고, 성격도 무난합니다. 그녀가 마음을 잡지 못할 뿐이지요.
사실 그녀에게 이런 경우는 처음이 아닙니다. 대학 졸업 후 10명 정도의 남자와 교제했는데, 대부분은 그녀가 먼저 관계를 정리했습니다. 결혼하면 행복하지 않을 것 같다, 느낌이 안 통한다, 집안이 안 좋다, 너무 적극적이라 부담스럽다 등등 이유도 가지가지였지요.
정도차는 있지만 결혼을 앞두고 사랑과 조건 사이에서 고민하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둘 중 하나만으로는 안 된다, 사랑과 조건 둘 다 있어야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이 그녀의 믿음입니다. 그래서 사랑하는 남자와도, 많은 것을 가진 남자와도 헤어졌습니다. 도대체 어떤 남자가 그녀의 마음을 잡을 수 있을까요?
제가 그녀의 만남을 주선한다면 환경이 비슷한 남자를 만나라고 권하겠습니다. 생활수준, 교육방식, 가정 분위기 등 많은 부분이 비슷하다는 의미지요. 두 남녀는 비슷한 과정을 거쳐 성장했을 것이고, 비슷한 학습을 받아왔을 것이고, 비슷한 정서를 지니고 있을 겁니다. 서로에게 자연스럽게 적응하고, 비교적 빨리 공감대를 만들게 됩니다.
그래도 사랑의 감정이 생길 수 있느냐고요? 사랑이라는 게 꼭 가슴에 뜨거운 불덩이가 확 들어오는 강렬한 것만은 아니지 않습니까? 어느 순간 서로 소중한 사람이라는 믿음이 생기는 것도 사랑이고, 때로는 가구처럼 내 옆에 있는 것이 자연스럽게 여겨지는 것도 사랑입니다. 어찌 보면 조선시대의 결혼이 합리적이었다는 느낌도 드네요.
신랑과 신부가 결혼식 날 처음 만나 식을 올리고, 합방을 한 당대의 결혼방식을 두고 사람이 동물도 아니고, 어떻게 만나자마자 같이 잠을 잘 수 있느냐고도 합니다. 비판의 소지도 있지만, 일리도 있습니다. 오랜 세월 부모, 그 부모, 그 부모의 부모가 터득한 결혼의 지혜가 그 안에 있는 거지요.
고치고 맞춰가며 사는 재미
그 시대의 결혼은 가족혼이었습니다. 아버지들끼리 뜻이 통해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자녀의 혼사를 결정하기도 했고, 양가를 드나들던 중신아비 말만 믿고 결혼을 시키기도 했습니다. 부부가 될 사람들이 교제도 안 해보고, 얼굴 한 번 제대로 안 보고 부부로 맺어져 산다는 것에는 변수가 참 많았을 테지요.
물론 유교사회에서 이혼도 안 되고, 여자들의 희생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부부들이 한평생을 해로한 것은 가족혼이라 가능했습니다. 가족 합의로 이뤄진 결혼, 서로 비슷한 환경이어서 갈등이 있어도 탄력적으로 대처할 수 있고, 가족의 도움도 받을 수 있었을 겁니다.
결혼 전에 맞춰봐야 할 것이 있고, 결혼 후에 갖춰야 할 덕목도 있습니다. 서로 소통할 수 있는 통로가 있고, 배려하는 마음이 있으면 충분히 결혼할 수 있습니다. 결혼해 서로에게 잘 맞도록 노력해가는 겁니다.
평생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딱 한 사람을 만나 결혼해서 살았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결혼할 때까지 많은 이성을 만납니다. 그러다 보니 헤어지고 만나는 데 너무 익숙해집니다.
10년 전부터 소개를 받기 시작해 아직도 미혼인 남성을 알고 있습니다. 상대가 마음에 안 들어 헤어지고는 후회하면서 세월을 보냈습니다. 이런 여자 정도라면 벌써 결혼했을 거라면서 더 좋은 상대를 찾습니다. 하지만 그 후에 만나는 사람들도 이전과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입니다. 막연한 이미지로 자리잡은 '좋은 여자'에 대한 허상 또는 환상을 깨지 않으면 그는 10년 후에도 결혼을 못할는지 모릅니다.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그런데, 나 또한 상대에게 좋은 사람인지 생각해 보셨나요? 처음부터 좋은 사람을 만나기도 하지만, 서로 맞춰가면서 노력하는 과정을 통해 좋은 사람이 돼가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교제를 오래 한다고 꼭 결혼하지는 않는다. 연인들이 헤어지는 경우 그 이유는 무엇일까? 결혼정보회사 선우 부설 한국결혼문화연구소는 6개월 이상 교제했으나 결혼하지 못한 20~40대 미혼남녀 238명(남성 117명, 여성 121명)을 대상으로 이별사유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 '성격차'를 제외한 이별사유로 남성은 집안환경차이(집안반대)가 전체의 21.4%로 가장 많았으며, 상대에 대한 불확신 및 애정부족, 종교차이/결혼에 대한 의견차이, 경제적 사유 순으로 나타났다. 여성의 경우 집안환경 차이(집안반대)/상대에 대한 불확신 및 애정부족이 각각 전체의 12.4%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 경제적 사유/결혼에 대한 의견차이, 종교차이 순으로 나타났다.
남녀 모두 성격차이를 제외하고 집안환경 차이(집안 반대)로 헤어지는 경우가 가장 많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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