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런 사고나 질병으로 일도 못하고 돈도 벌 수 없게 돼 카드빚이 고스란히 쌓인다면 그야말로 절망적인 상황일 터. 연체 수수료까지 더해져 빚이 눈덩이처럼 커지는 것은 물론 신용등급이 떨어져 향후 경제활동에도 지장을 받을 수 있다.
카드사들은 고객들이 이런 '만약'의 상황에 대비하도록 보험연계 서비스인 '채무면제 및 유예 서비스'(DCDS)를 제공하고 있다. DCDS는 사망이나 질병 또는 사고를 당했을 때 해당 월 청구액과 미청구 잔액(할부금, 대출잔액 등)을 합쳐 최고 5,000만원까지 결제 대금을 면제 또는 유예 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거래 통장의 예금 잔고 등 상환능력과 상관없이 큰 사고나 질병 등 사전에 약정한 사건이 터지면 무조건 결제를 면제 받는다.
보험과 비슷한 성격이지만 까다로운 심사 없이 회원이 해당 카드사에 신청만 하면 된다. 각 카드사마다 보장되는 사고 유형이 10~15개로 나눠져 있지만 기본적으로 사망과 암 등 치명적 질병은 모두 포함된다. 이용료 또한 얼마나 많은 질병의 유형을 보장받는지에 따라 달라지지만, 평균적으로 매월 카드 잔액의 0.5% 가량을 납입하면 된다. 예컨대 5월 청구액이 20만원, 할부 잔액이 30만원이라면 DCDS 수수료는 50만원의 0.5%인 2만5,000원이 되는 것.
실제 이 서비스를 통해 신한카드(이용료 0.510~0.8%)는 올해 3월말까지 1년간 850명에게 총 17억7,000여만원의 채무를 면제해 줬다. 이중 40대 중반의 대장암 환자가 3,656만원을 면제 받아 최고 수혜자가 됐다. 2005년 가장 먼저 이 서비스를 도입한 삼성카드(0.24~0.60%)는 작년 한해 1,070명한테 30억1,100만원의 면제 혜택을 제공했다. 또 현대카드(0.46~0.59%)는 2009년 107명(3억 4,933만원), 지난해 230명(8억 1,256만원)의 결제 대금을 면제해 줬다.
이밖에도 비씨카드(0.56%)와 롯데(0.55%), 하나SK(0.25~0.59%), KB국민카드(0.54~0.55%)가 각종 상해ㆍ사고시 5,000만원 한도내에서 채무 면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DCDS는 가입 즉시 효력이 발생해 혜택을 누릴 수 있지만 보험사와 마찬가지로 카드사가 채무 면제를 결정하기 전 '고객이 자신의 병을 알고 고의적으로 가입했는지' 등을 심사한다. 또 이용료로 지불한 돈은 향후 사고가 나지 않는다 해도 돌려받을 수 없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