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일본이 모두 전력난 비상에 걸렸다. 일본은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사고 이후 원자력 발전소 가동이 원활하지 못한 상황이고, 중국은 산업용 수요가 늘면서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 여름 전력 수요가 커질 때엔 동북 아시아 전체가 전력 부족에 시달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10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주부(中部)전력이 하마오카(浜岡)원전 전면 가동 중단을 결정하며 일본 내 모든 전력회사들이 줄줄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일본은 각 지역별로 전력을 공급하는 회사들이 나뉘어져 있어 인근 전력회사에서 남는 전기를 빌려 오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후쿠시마 제1원전에 이어 하마오카 원전까지 가동되지 않으면서 전력회사들은 이제 '아랫돌 빼서 웃돌 괴기'식의 전력 운영이 불가능해졌다.
실제로 주부전력은 올 여름 잉여 전력 중 100만㎾를 후쿠시마 원전과 일부 화력발전소의 가동 중단으로 전력난에 시달리고 있는 도쿄(東京)전력에 빌려 줄 예정이었다. 그러나 하마오카 원전 가동 중단으로 주부전력의 전력수급에 차질이 생기며 이는 물 건너갈 가능성이 크다. 주부전력은 간사이(關西)전력과 호쿠리쿠(北陸)전력에 도움을 요청하고 나섰지만 간사이전력도 관내 11기의 원자로 중 4기가 현재 검사중인데다 여름까지 3기가 추가로 검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관내 원전이 검사에 들어가면서 부족해진 전력 40만㎾를 주부전력으로부터 빌려 쓰고 있는 규슈(九州)전력은 이미 이달부터 전력공급을 받지 못해 직격탄을 맞고 있다.
결국 전력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유일한 방법은 점검 중인 원전을 재가동하는 방법밖에 없지만,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지역 주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아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중국도 전력난이 전국으로 확산되며 공장 가동까지 차질을 빚고 있다. 상하이증권보(上海證券報)는 10일 중국의 전력난이 동부연해 일부 공업지역에서 후난, 후베이, 장시, 저장, 장쑤, 안후이, 산시, 샨시, 허난, 광둥, 쓰촨 등 내륙의 11개 성(省)으로 확산됐다고 보도했다. 특히 중부 내륙개발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후난성은 현재 전력 수요의 3분의 1가량이 부족한 상태다. 이 때문에 일부 지역에선 이미 가로등 절반 소등, 네온사인 소등, 식당 에어컨 끄기, 전등 대신 촛불 켜기, 전력공급 홀짝제 등을 시행하고 있다.
중국의 전력난은 경제 성장과 공장 증설 등에 따라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으나 발전 설비를 크게 늘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서북부의 원전에서 생산된 전기가 송전 선로 등이 미비, 해안지역으로 공급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이다. 중국이 전력 설비를 보완하는 데는 2년의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하이증권보는 "전력난이 공업지역에서 주변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다"며 "전력난은 여름철을 맞아 더 심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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