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을 알 수 없는 급성 폐렴을 앓던 임산부가 잇따라 사망해 보건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10일 원인불명의 급성폐렴으로 최근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 입원한 환자 8명 중 임산부 A(35)씨가 이날 오전 7시께 다발성 장기손상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월 울산의 한 병원에서도 9개월 된 임산부가 폐렴 진단을 받은 지 2주 만에 장기 손상으로 숨진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본보 10일자 9면).
A씨는 감기증세를 앓다 지난달 12일 이 병원에서 결핵 진단과 함께 약을 처방 받았으나 이후 상태가 악화되자 다시 응급실로 실려와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이후 폐가 딱딱하게 굳는 섬유화 증세를 보이다 입원 한 달 만인 이날 사망했다. 임신 9개월이던 A씨는 중환자실로 옮기면서 치료를 위해 유도분만을 통해 태아를 출산했다.
A씨를 포함해 이 병원에 입원한 환자 8명 중 7명이 출산 전후의 임산부이고 1명은 남성이다. 4명은 중환자실에서 현재 치료를 받고 있으며 2명은 상태가 호전돼 일반 병실로 옮겼고 1명은 지난 4일 퇴원했다.
양병국 질병관리본부 감염병관리센터장은 “환자들은 초기 대부분 기침, 가래, 호흡곤란 증상을 보였으며 기도에 염증이 생겼다가 비교적 빠른 기간인 7~10일 사이에 염증이 폐로 전이되는 증상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 중 2명의 환자에게서 코로나바이러스와 아데노바이러스가 발견됐다. 양 센터장은 “이 바이러스들은 감기증상에서도 발견되는데 이 바이러스들이 급성폐렴을 유발한 원인병원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나머지 환자 6명에게서는 바이러스나 일반세균이 나오지 않았다.
양 센터장은 “바이러스 검사 결과는 12일께 나올 것으로 예상되며, 유전자 검사도 8주 정도가 걸린다”고 밝혀 원인규명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2월 울산에서 발생한 임산부 폐렴환자 사망사건에 대해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폐렴증상을 앓았으나 (서울의 8명과) 같은 급성폐렴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명돈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서울대 의대 교수)은 “환자 8명이 서로 다른 지역에서 나왔고, 산모 이외의 면역저하자에서 유사한 폐렴이 발견되지 않았으며, 환자 발생이 2~3월에 집중된 점으로 미뤄볼 때 이 질환이 급속히 전파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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