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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낭독의 '결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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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낭독의 '결례'

입력
2011.05.10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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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 KBS의 '낭독의 발견'이란 프로그램이 있다. 즐겨 보지는 못한다. 저녁잠이 많은 나에게 방송을 시작하는 밤 12시35분은 한밤중이다. 아무튼 시를 읽지 않는 이 시대에 시인을 불러 시를 읽어 주는 방송이 있다는 것, 시인인 나에게는 고마운 일이다. 그런데 얼마 전 인터넷을 검색하다 낭독의 발견에서 누군가 내 시를 읽는 것을 보았다.

시 한 편이 모두 낭독되고 자막으로 소개되고 있었다. 그 영상을 보면서 불쾌했다. 공영방송은 나에게 전화 한 통의 동의조차 구하지 않고 시를 사용했다. 그건 명백한 저작권법 위반이다. 시에 대해 방송의 예의 없음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저작권을 가진 시인을 무시한 채 마음대로 시를 읽고 사용한다.

그건 마치 '어이 종이 시인들! 방송에서 소개해 주면 고마운 줄 알아!'라는 태도 같다. 나의 항의는 저작권료의 문제가 아니다. 적어도 사전에 동의를 구하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시인들 중 대부분 사전 부탁에 흔쾌히 동의한다. 그런 동의에는 고맙게 생각한다. 그게 시인과 시에 대한 예의다.

저작권법을 위반하면 그건 도둑질이다. '낭독의 발견이' 도둑질 방송이 되어서는 되겠는가. 시를 낭송하는 분들이 많다. 그분들은 음반을 녹음할 때 반드시 시인에게 양해를 구한다. 시청료는 꼬박꼬박 받아가면서 가난한 시 낭송가보다 못한 낭독의 결례가 아쉽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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