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이 둘째 낳고도 멀쩡하게 회사 다니는 저를 신기해 해요.”
유한킴벌리의 고객지원본부에서 일하는 김해인(31)씨는 8년차 ‘직장맘’이다. 지난해 11월 둘째를 낳고 육아휴직 중인 그는 부러움의 대상이다. 다름 아닌 회사의 가족친화제도 덕분이다. 김씨는 “주위에 첫 애 생기니 직장 그만 둔 친구, 육아휴직 쓸 엄두가 안나 퇴사한 선배도 있는데 그들의 얘기를 들으면 내가 되레 놀란다”며 웃음을 지었다. 김씨는 “휴직에 들어가기 최소 한달 전에 회사에서 계약직 직원을 채용해 업무 공백을 메우기 때문에 심리적 부담이 덜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6월까지 육아휴직을 쓴 뒤 복귀할 예정이다.
입사 10년차인 같은 회사 유아아동용품 마케팅팀 전양숙 과장(34)은 출근 시간이 오전 10시다. 직장맘을 배려한 유연근무제를 활용해서다. 전씨는 “아이들을 깨워 밥을 먹이고 옷을 입혀 어린이집에 보내고 회사에 가려면 일반적인 출근시간인 오전 9시를 맞추기 어렵다”고 말했다. 딸 둘의 엄마지만, 입사초기 그는 남보다 뒤쳐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임신에 부담을 느꼈다고 한다. 그랬던 전 과장은 당시 여자 상사의 임신과 출산, 육아 과정을 지켜보며 회사에 믿음을 갖게 됐다. 그는 “남자 직원들 사이에서는 ‘우리가 역차별 당한다’는 우스개가 나올 정도”라며 “회사가 이만큼 배려해줬으니 나는 그 이상 보답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유한킴벌리는 직장맘을 배려한 제도가 돋보이는 회사다. 오전 7시부터 밤 10시까지 출퇴근 시간을 자유로이 정할 수 있는 ‘유연근무제’, 출산을 개인이 아닌 회사의 기쁨으로 여기는 ‘출산축하제도’, 임산부의 쉼터이자 모유수유 공간인 ‘느티나무 그늘방’, 모든 자녀 학자금 지원제, 직장 내 보육시설 ‘푸른숲 어린이집’(대전공장) 등을 운영한다.
그 결과 이 회사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여성이 일생 중 가임 기간에 낳을 수 있는 평균 자녀수)은 1.84명에 이르렀다. 이는 같은 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 1.22명을 크게 앞서는 수치다. 유럽의 복지선진국인 덴마크(1.84명)나 핀란드(1.86명)와 비슷한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 합계출산율도 1.7에 머물고 있다.
유한킴벌리도 6년 전만 해도 상황이 달랐다. 2005년 이 회사의 합계출산율은 1.0명으로 우리나라 평균인 1.08에 못 미쳤다. 가족친화경영팀의 김혜숙 상무는 “법적으로 육아휴직제도를 보장하는데도 왜 이용률이 낮은지, 저조한 출산율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때부터 유한킴벌리는 기혼여직원 수, 육아휴직 이용률, 사원만족도 조사, 임산부 간담회 등을 실시해 제도를 보완해나가기 시작했다. 사원들의 요구사항도 제도에 적극 반영했다. 직장맘을 배려한 유연근무제가 대표적이다. 김 상무는 “서울을 기준으로 여직원 비율이 40%로 높다”며 “가족친화경영은 회사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노력으로 사원들의 출산율은 해마다 상승했다. 2005년 4.8%에 불과했던 육아휴직이용률도 지난해 69%까지 뛰어올랐다. 사원들의 회사에 대한 만족도도 96.3%에 달한다. 2008년엔 정부로부터 가족친화기업 인증에서 최고인 AA등급을 받기도 했다.
유한킴벌리의 다음 목표는 남성의 육아휴직이용률 높이기이다. 김 상무는 “현재까지 남자직원 중 육아휴직제를 쓴 사원은 1명뿐”이라며 “인식 개선을 통해 남자 사원들도 거리낌 없이 육아휴직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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