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가 9일 대표직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이 대표는 대부분의 소속 의원들에게 사전 통보를 하지 않은 채 이날 오전 당 최고위원ㆍ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전격적으로 사퇴를 선언하고 당을 비상대책위 체제로 운영할 것을 제안했다.
이 대표는 "우리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도도한 변화의 파도에 휩쓸려 내려갈 수밖에 없다"면서 "당 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해 백의종군하며 당에 헌신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충청권 정당'을 벗어나기 위한 상향식 공천제(국민경선제) 도입 등 구체적 쇄신 방안도 제시했다. 한 측근은 "총체적 위기에 빠진 이 대표 본인과 당의 활로를 찾기 위한 극약 처방"이라며 "꽤 오래 전부터 사퇴를 고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강하게 부인하고 있지만, 그가 '보수 연합' 등 정계개편을 염두에 두고 사퇴 카드를 던진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이 대표는 "심대평 국민중심연합 대표의 탈당으로 야기된 충청권 분열의 책임은 전적으로 내게 있다"고 자세를 낮추면서 '충청권의 결집'을 호소했다. 이 대표가 충청권 내 세력 회복을 발판으로 한나라당과의 합당을 추진한 뒤 스스로 보수진영의 대선주자 경쟁에 참여하려 한다는 시각이 있다.
한편 당헌ㆍ당규에 따라 지난 해 3월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 중 최다 득표를 했던 변웅전(71∙충남 서산 태안) 의원이 대표직을 승계했다. 비대위 구성 문제는 11일 당 지도부가 결정하기로 했는데, 현재로선 변 대표가 비대위원장을 겸임할 가능성이 크다. 3선 의원인 변 대표는 MBC 아나운서 출신으로 자민련 대변인,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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