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의 대주주'라 할 수 있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이재오 특임장관과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의원은 한나라당의 거센 '쇄신 바람'을 일단 관망하고 있다. 그러나 저마다 속내는 매우 복잡한 듯 하다. 특히 원내대표 경선에서 충격적 패배를 당한 이 장관 쪽의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박근혜 전 대표는 여전히 '침묵 모드'다. 그는 지난 달 28일 대통령특사로 유럽을 방문하기 위해 출국하면서 "(재보선 결과는) 한나라당 전체의 책임이며 저도 책임을 통감한다"는 언급을 한 이후 11일째 당 상황에 대해 입을 닫고 있다. 한 친박계 의원은 9일 "큰 틀에서 상황이 변한 게 없는 만큼 지켜 보는 것"이라며 "현재로선 박 전 대표가 당 전면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유럽 순방을 마치고 15일 귀국한 뒤 이뤄질 두 사람의 회동이 박 전 대표가 입장을 정리할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오 장관은 9일 지역구에 머무르며 원내대표 경선 패배 이후 자신과 여권 주류의 위상 회복 방안에 대한 장고에 들어갔다. 한 측근은 "장관직을 사퇴하고 당에 복귀하는 안까지 검토할 정도로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 장관은 경선에서 '이상득계'의 표가 황우여 원내대표 쪽으로 집단 이탈한 것에 대해 아직도 격앙돼 있다고 한다. 그는 사석에서 측근들에게 "배신 당하는 것은 한 번으로 족하다", "희생양도 한번이지, 희생양이 직업은 아니지 않느냐"는 등 격정적인 토로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여권 인사는 "이 장관은 이대로 물러날 사람이 아니다"며 "조만간 반격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 대통령의 특사로 남미를 방문 중인 이상득 의원은 '여권 화합'을 강조했다. 그는 8일(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교민 간담회에서 "이 대통령이 앞으로 중도실용 노선을 통해 포용하는 정치를 할 것으로 본다"며 "국민의 화합과 국익을 위주로 공감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그러면서 "나는 지난 2009년 8월부터 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뒤 자원외교에만 치중했다"고 말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