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타분하고 재미없는 곳으로 여겨지는 민속박물관을 유쾌하고 활기가 넘치는 박물관으로 변화시키는데 맹진하겠습니다."
지난 8일 국립민속박물관장에 임명된 천진기(49ㆍ사진) 신임 관장은 40대의 젊은 관장임을 말해주듯 목소리에 힘이 넘쳤다. 천 관장은 1979년 국내 대학(안동대)에 민속학과가 개설된 지 32년 만에 민속학과 출신으로는 최초로 국립민속박물관 수장에 올랐다. 천 관장은 민속박물관 외에도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문화재연구소 등 유관기관에서 두루 근무했으며, 동물민속 전공자로 매년 연말연시에 한 해의 띠 풀이를 하는 민속학자로 이름을 알리기도 했다.
경북 안동 출신인 천 관장은 아버지의 말 한마디에 민속학과를 선택하게 됐다. 부친이 "민속학과는 전국에서 안동대 하나밖에 없으니(현재는 중앙대와 안동대 두 곳) 여기서 일등 하면 전국에서 일등 하는 것"이라며 민속학과 진학을 권유했다는 것이다. 천 관장은 "만약 고고학이나 인류학을 선택했다면 이 나이에 박물관장에 오르기는 힘들었을 것"이라며 "지금 생각하면 당시 아버님의 선택은 탁월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천 관장은 국립민속박물관의 '제 집 찾기'를 임기 중 가장 중요한 목표로 제시했다. 민속박물관은 현재 경복궁 경내에 있지만 경복궁 2단계 복원정비사업이 마무리되는 2030년까지는 다른 곳으로 이전해야 한다. 천 관장은 "민속박물관의 한해 관람객 250만 명 가운데 130만 명 이상이 외국인이라는 데서 알 수 있듯이 한국 전통문화의 메카임에도 개관 이래 60년 동안 남의 빈집만 찾아 옮겨 다녔다"면서 "우리나라의 국격에 맞는 민속박물관 건물을 지을 때"라고 강조했다. 민속박물관의 제집 찾기는 숙원 사업으로, 이전 대상지로는 평택으로 옮겨갈 것으로 예정된 용산의 미군 기지 터나 행복도시 등이 거론된다.
그는 또 "민속박물관은 단순히 골동품 수집기관이나 전시관이 아니라 문화적 맥락을 바탕으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는 기관으로 거듭날 것"이라면서 "다문화연구 전시, 자료수집, 박물관 교육 등을 통해 박물관의 기능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천 관장은 "40대 관장으로서 박물관 직원들과 화통하게 소통하면서 함께 새로운 목표를 향해 전진하겠다"며 "저를 통해 젊은 친구들이 민속학에 많은 관심을 가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정원기자 sj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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