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 같은 남자가 봐도 매력적이다. "밤샘 촬영으로 비몽사몽"이라면서도 이야기가 시작되자 손짓 발짓 해가며 열심이다. MBC 드라마 '내 마음이 들리니'에서 청각장애인인 주인공 차동주 역을 맡은 김재원(30). 지난 6일 밤 11시 서울 여의도에서 만난 그는 극중 봉영규(정보석)에게나 보여주던 특유의 '살인미소'로 남자 마음까지 설레게 했다.
'내 마음이 들리니'는 잔잔하면서도 마음을 끄는 전개와 배우들의 호연 덕에 시청률도 꾸준히 상승(8일 AGB닐슨 집계 16.3%)하면서 '착한 드라마'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김재원에게 이 드라마는 5년간의 긴 공백 이후 택한 복귀작이어서 더 특별하다. "어머니가 드라마 캐스팅 소식을 듣고 30분간 수화기 잡고 우셨다"는 말에서, 그가 느꼈을 설렘과 기대도 읽혔다.
-안방극장에 돌아온 소감은.
"국내 드라마는 2006년 '황진이'가 마지막이다. 2008년 중국 드라마 '초연' 출연 후 이듬해 군대에 갔고 지난 1월 제대했다. 군에서 상병쯤 돼서 제대할 날이 다가오니까 걱정이 극에 다다르더라. 잘 나가는 배우들이 너무 많으니…. 좋은 드라마로 복귀해서 다행이다. 반응도 굉장히 좋고. 주변의 뜨거운 반응에 비해 시청률은 좀 덜 나오는 것 같다."
-복귀작으로 이 드라마를 택한 이유는.
"많은 작품을 접촉했는데, 이 드라마 내용이 정말 좋았다. 솔직히 베드신이나 살인, 폭력 등이 들어간 거는 될 수 있으면 피하고 싶다. 사람들이 눈물 콧물 빼고 싶을 때 떠오르는 사람이 배우 '김재원'이었으면 좋겠다. 저우싱츠(周星馳) 하면 코미디, 청룽(成龍) 하면 액션이 떠오르듯이, 이 드라마처럼 사람들 사이의 따뜻함과 훈훈함을 잘 전달하는 배우로 기억되고 싶다."
-그럼 팬들이 김재원의 베드신이나 악당 역은 볼 수 없나.
"하하. 사실 베드신 그동안 은근히 많았다. 그냥 막 옷을 홀딱 벗고 그런 건 아니었지만. 전체적으로 따뜻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품이라면 악역을 맡아도 상관 없을 것 같다."
-청각장애인 역을 어떻게 연기하나.
"진짜로 안 들린다고 생각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인간 김재원이 주변 소리에 둔감해질 때, 가장 솔직하고 담백한 연기가 나온다. 나도 모르게 들리는 것처럼 연기할까 봐 가장 걱정된다. 그래서 촬영 없을 때도 항상 사람들 입을 보고 대화한다. 제 팬들 중에 청각장애인분들이 있다. 지난번 팬미팅에 와서 수화책도 주시고 이번 역할을 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셨다."
-촬영 분위기는 어떤가.
"현장 자체가 즐겁다. 우리 드라마의 특징이 모두 자기 캐릭터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연기가 끝나도 정보석 선배는 극 중 봉영규 말투로 '그거 하면 안 되는데'라며 영구처럼 애교를 떤다. 전 제 역할에 몰입해서 주변에서 누가 말을 시켜도 소리를 못 듣고.(웃음)"
-촬영하면서 어려움은 없나.
"지금 역할을 위해 몸무게를 8㎏ 정도 뺐다. 아직 요요현상 때문에 음식을 함부로 먹을 수가 없다. 피곤한데 먹지를 못하니까 체력이 많이 떨어졌다. 촬영은 거의 24시간 진행되고. 이런 부분이 가장 힘들다. 선배님들도 그런다. 70분짜리 드라마를 일주일에 두 편 찍어서 내보내는 환경이 어떻게 30~40년 동안 바뀌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개선책이 있었으면 좋겠다. 안타깝다."
-군에서는 어떻게 지냈나.
"연예사병으로 '위문열차'의 MC나 국군방송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DJ로 활동했다. 남정네들만 몇 천 명 놓고 진행하니까 처음에는 굉장히 어려웠다. 하지만 나중에는 소녀시대 등을 섭외하려고 부탁도 많이 했다. 전국을 돌면서 군 장병들의 일상 생활이나 여자 친구 이야기를 하며 정말 재미있게 보냈다."
-여성 팬들은 펄쩍 뛰겠지만 결혼 계획은 없나.
"결혼은 아직 생각이 없다. 인생은 길다. 한 70, 80세까지 보면 그 절반은 제 목표를 향해 정진하기 위해, 나머지 반은 제 가족을 위해 투자하고 싶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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