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대권 주자 중 가장 먼저 선거 캠프를 가동중인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최대 관심사는 히스패닉계 표심 확보다. 2년간의 집권기간을 거치면서 유권자 성향이 2008년 대선과는 판이해져 히스패닉의 투표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2008년 대선 승리의 원동력이었던 중산층 백인과 무당파들은 지지층에서 상당부분 이탈한 상태다. 고학력자과 미혼여성, 흑인, 젊은 층은 지지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투표율이 올라갈 여지가 없다는 게 문제다. 민주당의 전통적인 텃밭이면서 상대적으로 유권자 등록률이 낮은 히스패닉은 이런 점에서 오바마 대통령에게 절실하다. 히스패닉의 지지율도 68%에서 54%로 크게 떨어진 상태다.
2008년 대선 당시 플로리다에 몰려있는 쿠바계 히스패닉은 공화당 편에 섰으나 멕시코계는 70% 이상이 오바마에게 몰표를 줬다. 덕분에 콜로라도 노스캐롤라이나 인디애나 네바다 등 핵심 '스윙스테이트'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10일 멕시코 접경지역인 텍사스주 엘 파소를 찾는 것은 이런 히스패닉을 의식한 행보다. 오바마 대통령은 여기서 이들의 최대 관심사인 포괄적 이민개혁을 위한 행정부의 의지를 재차 밝힐 예정이다. 국경보안을 강화하면서 기존 불체자는 대거 사면한다는 게 이민개혁의 내용이지만, 이면에는 불체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히스패닉의 신분 불안을 해소해 이들을 투표장으로 끌어들이겠다는 계산이 숨어있다. 이민개혁을 설명하기 위해 최근 백악관에 히스패닉을 대표하는 경제계와 의회, 문화계 인사를 잇따라 초청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민개혁안이 가까운 시일내 의회를 통과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 그리고 또 다른 지지층인 흑인과 백인 중산층이 이민개혁에 반대하고 있다는 점이 고민이다. 이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은 이민개혁과 관련, 불체자 사면보다는 경기회복을 위한 값싼 노동력 확보라는 측면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나, 이것이 얼마나 먹힐 지는 미지수다.
워싱턴=황유석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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