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범위 두고 이견 많아 진통 예상.. 김석동 “금융감독원 아무에게나 줄 수 없다”
금융감독원에 대한 수술작업이 마침내 시작됐다. 금융회사에 대한 부실감독 수준을 넘어 스스로 범죄까지 저지른 것으로 드러나면서, 금감원은 이제 ‘리빌딩’ 수준의 전면 개조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하지만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해 가장 중요한 금융감독체계를 완전히 뜯어 고치기엔 고려할 것도, 우려할 것도 많아 수술은 생각만큼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 같지는 않다. ‘집도’를 맡은 ‘금융감독 혁신 태스크포스(TF)’ 공동팀장인 임채민 총리실장이 9일 “논의과제가 제한돼 있지 않다”고 밝힌 것 역시, 메스를 대야 할 부분을 정하는 것 자체가 만만치 않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TF가 다루게 될 가장 중요한 의제는 역시 ‘감독권과 검사권 분리’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중론. 금감원의 도덕적 해이와 비리가 결국은 ‘검사권 독점’에서 비롯된 것인 만큼, 이 무소불위의 권한을 줄여야 한다는 점엔 상당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한은에 금융회사 조사권을 부여하는 한은법 개정안은 이미 국회에 제출되어 있는 상태. 2009년 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까지 통과했지만 금감원과 금융위원회, 소관 상임위인 정무위원회 등의 반발로 마냥 법사위에서 잠자고 있는데, 이번 TF논의 결과에 따라 법안통과도 가능할 전망이다.
예보도 마찬가지다. 현행법상 예보는 영업정지 금융회사에만 단독조사가 가능한 상황. 이를 평상시까지 확대하자는 요구가 오래 전부터 제기돼 왔다. 그 동안 이를 완강히 거부해왔던 금감원 역시 이번엔 전향적 태도를 보이고 있어, ▦금융회사에 대한 금감원-예보의 교차검사 ▦부실 우려 저축은행에 대한 예보의 단독조사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하지만 TF에서 검사권 분리와 관련해 얼마나 진전된 결론을 도출해낼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황. 이 참에 감독기구 개편 등 감독체계 전반에 근본적인 메스를 들이대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정권 후반기에 더구나 2개월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결과물을 도출해 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 내에서도 벌써부터 강한 반발 기류가 감지된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금감원에 대한 채찍이 시스템 자체를 깰까 봐 걱정”이라며 “(금감원) 사람들이 기능을 못 할만큼 죽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금융감독권은 누구도 대체하기 어려운 공권력의 행정작용인데 그냥 아무 기관에나 주자고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한은에 단독조사권을 줘야 한다는 주장과 관련해서는 “현행법 테두리 안에서 한은과 예금보험공사의 공동검사는 환영할 일”이라고 확실히 선을 그었다.
또 정부 일각에선 “금감원의 방만함을 바로 잡으려면 다른 공기업처럼 공공기관으로 지정해 경영전반에 대해 정부의 감시감독을 받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이 역시 간단치 않다. 금융감독기구의 독립성과 자율성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이어서, 무작정 밀어붙일 일은 아니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은 탓. 정치적 중립이 생명인 중앙은행과 금융감독기구를 다른 공기업처럼 취급할 경우 금융 자율화에 대한 대외 신인도가 훼손될 수밖에 없다. 이날 회의 뒤 TF 공동팀장인 김준경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는 “첫 회의에서 TF 목표와 다룰 내용 등 유의미한 논의를 했다”며 “(금융감독기관이 국민의 불신을 받는) 이 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성과를 내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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