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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제3노총이 가야 할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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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제3노총이 가야 할 길

입력
2011.05.0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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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노동운동을 지금까지 주도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을 대체할 새로운 노동운동 세력이 떠오르고 있다. 서울메트로 소속 서울지하철노조가 최근 민주노총을 탈퇴하고'새 희망 노동연대'를 통해 기존의 양대 노총과 다른 제3노총의 설립을 추진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제3노총 설립의 주체들은 서울지하철 이외에도 현대중공업 KT 영진약품 등이 있다. 이들은 한때 투쟁적 노동운동의 선봉에 서있었고 지금도 영향력이 큰 노동조합이다. 여기에 더하여 시ㆍ도교육청연맹, 광역시ㆍ도 연맹, 호텔서비스 등이 참여하고 있으며, 민주노총 소속인 서울도시철도공사노조 조합원 일부도 참여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가칭 '국민노총'을 6월 중에 출범시킬 계획이다.

양대 노총의 이기적 행태 불신

7월부터 하나의 사업장에서도 복수노조 설립이 허용되어 근로자들이 원하 면 기존 노조와 다른 새 노조를 설립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시점에 '국민노총'의 등장은 우리나라 노동계의 판도를 바꾸는 기폭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양대 노총의 노선에 동의하지 않는 노조가 '국민 노총'으로 소속을 바꾸거나, 노조를 새로 설립하는 근로자들도 '국민노 총'을 찾을 수 있다.

'국민노총'추진세력은 근로자가 노동운동의 주인이며 노동조합의 역할은 근로자들에게 봉사하는데 있다고 본다. 이들은 기존의 노동운동이 자본주의 체제를 반대하고 집회와 시위 등 물리력에 지나치게 의존함으로써 국민의 불신을 자초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렇게 된 원인은 노조 간부가 조합원의 이익보다 자신의 권익을 앞세우고, 노동계 지도부가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이념투쟁을 한데 있다고 본다.

새로운 노동운동 세력이 내거는 명분과 기존의 노조운영 관행에 대한 비판적 문제의식에 대해 노동운동 전문가들은 물론 일반인도 공감하고 있다. 노동계의 정치사회적 영향력은 커졌지만 국민의 생활은 불안해지고 소득 격차는 오히려 커졌다. 특히 대기업 노동조합 근로자들의 급여는 팍팍 올라가고 고용안정 장치도 겹겹이 강화된 반면, 중소기업 근로자나 비정 규직 근로자들의 소득은 제자리 걸음을 했고 직장 불안은 가중되어왔기 때문이다.

기존 노동운동이 경제사회적 약자를 대변하기보다는 집단이기주의와 기 득권을 보호하는데 치우쳤다고 하더라도 일반 근로자들이 제3노총에 쉽게 마음을 주지는 못할 것 같다. 새로운 노동운동이 추구하는 비전과 노동의 미래가 어두운 현재의 상황을 타개할 방안이 무엇인지 분명하지 못하다. 새로운 노동운동이 기존의 노동운동과 달리 분파적 태도를 극복하고 비전을 실천에 옮기지 못하면 제3노총의 설립도 노동계 내부의 문제로 여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제3노총이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미래의 노동운동에 대한 기대를 충족하려면 좀 더 큰 시각을 가져야 한다. 전체 근로자들의 권익을 실현 하기 위한 노동조합과 노사관계의 역할을 깊이 고민하고, 양대 노총과 다른 노선을 선택하는 결단을 보여주어야 한다. 특히 기술의 급변과 시장경쟁의 격화 등 악화하는 노동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동시에 비정규직 근로자들과 협력중소기업 근로자들의 권익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미래 노동운동 기대 갖도록

근로자들이 시장과 기술변화에 대응하려면 생산성을 높여야 하고, 비정규직 근로자들과 협력중소기업 근로자들의 권익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정규직의 협력과 양보가 필요하다. 따라서 제3노총은 생산성 향상을 위한 노동조합 및 근로자들의 새로운 협력 프로그램을 제시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생산성 향상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소득증가 및 고용안정의 혜택을 비정규직 근로자들과 협력중소기업 근로자들도 공유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비정규직 근로자들에 대한 차별적인 고용 관행과 노조규약 등을 개선하고, 협력중소기업 근로자들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비용 전가적인 교섭 관행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도 함께 제시해야 할 것이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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