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남자' 이승엽(35ㆍ오릭스)이 결국 2군 강등의 수모를 겪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프로야구 오릭스의 오카다 아키노부 감독은 9일 이승엽을 2군으로 내려 보냈다. 이승엽은 오릭스에서 새 출발한 올시즌 21경기에 출전, 타율 1할4푼5리(62타수 9안타)에 머물렀다. 홈런은 단 1개. 70타석에서 볼넷 7개를 얻는 동안 삼진을 27번이나 당했다. 타석당 삼진을 따지면 0.38개. 거의 두 타석당 한번 꼴로 삼진을 당한 셈이다. 반면 안타는 타석당 0.12개. 10타석이 돌아야 한번 안타를 친 것이다.
이달 들어 왼손 투수가 나올 경우 벤치를 지키는 '플래툰 시스템'의 희생양이 된 이승엽. 그는 8일 경기에서는 대타로도 못 나왔고 끝내 2군으로 내려가고 말았다.
이승엽은 지난 시즌 2군이 익숙했다. 그러나 체감 위기는 지난해보다 더 심각하다. 요미우리 시절에는 보여줄 기회조차 얻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개막전부터 주전을 꿰찰 만큼 좋은 환경에서 나온 2군 강등이라 충격으로 받아들여진다.
이승엽은 지난달 13일 개막 2차전인 소프트뱅크전서 시즌 첫 안타를 3점 홈런으로 장식했다. 몸쪽 낮은 직구를 잡아당겨 오른쪽 관중석 3층에 타구를 떨어뜨렸다. 그러나 이후 홈런은 없었다. 안타도 드물었다. 퍼시픽리그의 투수들은 요미우리가 속했던 센트럴리그 투수들보다 훨씬 어려웠다. 퍼시픽리그에는 스기우치 도시야(소프트뱅크), 다케다 마사루(니혼햄) 등 수준급 왼손 투수들이 즐비하다. 이들에 대한 적응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추다 보니 이승엽답지 않은 소극적인 스윙이 계속됐다.
이광권 SBS ESPN 해설위원은 9일 "스윙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했다. "이승엽의 원래 스윙은 끌어다 놓고 치는 스윙이다. 폴로 스로(follow throw)도 긴 파워 스윙"이라는 이 위원은 "올해는 일본 타자들 특유의 손목을 꺾어 치는 스윙을 한다. 오릭스 타자들이 전부 그렇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스윙으로는 밀어 쳐서 좋은 타구를 만들기가 힘들다. 이 위원은 "올시즌 이승엽은 좌측으로 향하는 타구가 하나도 없었다"면서 "바깥쪽 공을 포기하고 몸쪽에만 집중하는 듯한 인상이다. 지금 타격 자세로는 국내에 돌아와도 어렵다. 하루빨리 예전 자세를 되찾아야 한다"고 했다.
2005년 지바 롯데의 타격 인스트럭터를 맡았던 김성근 SK 감독도 "이승엽은 왼쪽으로 넘어가는 홈런이 나와야 한다"고 말해 왔다. 이승엽이 언제쯤 아시아 홈런왕의 위용을 되찾을까. 부활의 열쇠는 몸에 안 맞는 습관 버리기다.
양준호기자 pir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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