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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란드는 지구의 4극점. 그곳엔 모든 모험이 난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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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란드는 지구의 4극점. 그곳엔 모든 모험이 난관이…”

입력
2011.05.09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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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의 땅 그린란드를 종단한다

1993년 남극점 도달, 95년 에베레스트 등정, 2005년 북극점 정복. 이제 또 다시 새로운 극지를 도전한다. 산악계의 풍운아 홍성택 대장이 던진 출사표다. “지구에 4극점이 있다면 그건 그린란드일 것이다. 라인홀트 메스너도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14좌를 완등하고 난 뒤 가장 먼저 한 것이 그린란드 횡단이었다.” 홍 대장에게 이번 출정의 의미와 계획에 대해 들어 봤다.

_왜 그린란드인가.

“남극과 에베레스트를 거쳐 북극점을 끝내고 돌아올 때 머릿속에서 다음 대상지는 어디로 할까 고민했다. 남극과 북극을 넘어서는 최고의 탐험지를 찾고 싶었다. 그때 북극을 능가하는 곳인 그린란드를 떠올렸다. 진정한 탐험이 가능한 공간이었다. 그린란드를 공부하면서 심장이 터지는 느낌을 받았다. 모든 것을 바쳐야 가능한 곳이다. 내가 가 보지 않았고 남들이 가 보라 권하는 곳들 중엔 북극보다 쉽게 가 볼 수 있는 곳들이 많다. 하지만 그건 재미없다. 그래서 그린란드를 선택했다. 해발 1,500~2,000m급 빙상을 뚫고 가는 모험이다. 하루하루가 새로울 것이다. 정말이지 탐험다운 탐험이다.”

_본격적으로 계획한 건 언제부터인가.

“3년 전부터다. 그린란드는 이제까지의 경험을 다 쏟아부어야 한다. 그린란드란 특성이 그렇다. 그린란드의 기후는 북극과 비슷하고, 얼음 상태나 지형은 남극과 유사하다. 또 히말라야처럼 고산의 환경도 극복해야 한다. 거기에 개썰매를 끌어야 한다는 또 다른 변수가 있다. 그린란드를 온전히 탐험하기 위해선 이러한 여러 가지를 다 극복해야 한다.”

_탐험에서 가장 큰 걱정은 무엇인가.

“워낙 탐험이 길고, 굉장한 혹한에 노출된 여정이다. 추위와 피로, 고독 이런 것들이 넘어야 할 벽들이다. 특히나 썰매견과의 호흡이 무척 중요하다. 한시도 긴장하지 않고는 안 되는 탐험이다.”

_개썰매는 첫 도전일텐데.

“그렇다. 이번 탐험의 성패는 개썰매에 달려 있다고 보면 된다. 지난 겨울 50여일 현지에서 개썰매에 익숙해지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개와 얼마나 호흡을 잘 맞추느냐가 관건이다. 썰매견을 단순한 개가 아닌 대원으로 느끼고 받아들여야 한다. 개썰매 대신 스키와 도보로만 가는 탐험도 생각해 봤다. 하지만 그린란드 종단은 직선거리로만 2,700km다. 실제 탐험 거리는 그 1.5배가 넘을 것이다. 걷기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또 그린란드 내륙의 풍경이 장기간 걸어가기엔 너무 지루하고 밋밋하다. 개썰매는 이제껏 내 경험에선 새로운 시도다. 개와 함께 떠나는 탐험은 분명 많은 이야기들을 남길 것이다.”

_몇 마리가 썰매를 끄나.

“16마리가 한 번에 달린다. 현지에 썰매견 20마리를 미리 사놨다. 그 중 2마리가 도망갔다고 하니 18마리 남았다. 개들 이름도 다 지어 놨다. 그 개들이 끌 수 있는 무게는 700kg 정도다. 개썰매 무게를 최소화해야 한다. 전체 대원 5명과 취재진 2명 중 베이스캠프 있는 요원과 기자를 제외한 대원 3명(홍 대장 포함)과 취재진 1명이 움직여야 하는데 이 가운데 2명은 개썰매에 못 타고 스키로 따라와야 한다.”

_그린란드 빙상의 상태는 어떤가.

“60일 이상을 하얀 설원을 달려야 한다. 얼음의 상태와 기후가 잘 따라 주느냐가 중요하다. 이곳은 강한 블리자드가 수시로 분다. 눈보라가 동반된 블리자드가 치면 화이트아웃이 발생해 옴짝달싹 못한다. 히말라야 등에선 바위라도 있어 하얗고 까만 것의 구분으로 거리를 잴 수 있지만 그린란드 빙상에선 온통 하얗게 때문에 화이트아웃이 더 심하다. 1m짜리 스키스틱을 뻗었을 때 스틱의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 더구나 블리자드가 닥치면 몸을 가눌 수가 없다. 또 블리자드 속에선 착각을 하기 쉽다. 방향감각이 흔들려 엉뚱한 곳으로 갈 수 있다. 결국 텐트를 쳐 놓고 바람이 멎기를 마냥 기다려야 한다.”

_지구온난화로 그린란드가 많이 오르내린다. 실제 보니 어떻던가.

“지난 겨울 현지인에게 들었는데 10년 전만 해도 영하 30도가 기본이었지만 당시는 영상 1~2도였다. 눈도 오지 않아 개썰매 훈련에 애를 먹기도 했다. 빙하가 녹아서 바다로 유입되는 양도 엄청났다. 그 큰 바다가 파도가 일지 않았다. 바다 가득 빙하에서 떨어져 나온 빙산들이 가득 찼기 때문이다.”

_탐험에는 언제부터 빠져들었나.

“대학 산악부에 가면서부터인 것 같다. 산에 가 보니 내가 남보다 잘 적응한다는 것을 알았다. 산악부에서 제대로 암벽과 빙벽 등을 익혔고, 히말라야 등정 경험을 쌓았다.”

_히말라야 14좌 완등 같은 기록엔 도전하지 않나.

“내겐 정상의 갯수보다 얼마나 그곳을 어렵게 올라갔느냐가 중요했다. 그래서 어려운 거벽 등반 등에 치중했다. 히말라야 고산을 10여회 올랐지만 항상 새롭고 어려운 루트를 고집했다. 로체남벽 푸모리동벽 등이 내가 도전했던 곳들이다. 그래서인지 선배들이 나를 많이 찾았다. 한국 산악계의 대표라고 할 수 있는 허영호 엄홍길 박영석 한왕용 등과 한 팀이 돼 산을 오르고 탐험했다. 모두 두 번 이상씩 함께했다.”

_왜 탐험에 인생을 거는가.

“눈 내린 새벽 아무도 밟지 않은 눈길을 걸어 본 적이 있는가. 난 그 묘한 느낌이 좋다. 누구도 가지 않은 곳을 간다는 것과 그곳엔 과연 어떤 풍경과 장애물이 있을까 하는 신비감이 좋다. 그걸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 설렌다. 새로운 환경, 미개척지란 것만으로 흥분된다.”

_두려움이나 공포를 잘 느끼지 않는가.

“등반하다 체력이 고갈될 때가 있다. 그때 나도 이렇게 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하지만 여기서 죽으면 안 된다는 반대의 생각도 강하게 일어난다. 어떻게든 살아서 내려가야 한다는 동물적 의지다. 너무 힘들면 자꾸 쉬고만 싶다. 여기서 이 고통 끝났으면 좋겠다 싶다. 그럴 때 이러면 안되지, 돌아가야 한다고 다그친다. 베링해를 횡단할 때였다. 바다 위 얼음 사이에 몸이 끼었다. 서로 맞붙는 얼음 사이에서 이러다 터져 죽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엄청난 공포가 밀려왔다. 나도 약한 존재다. 스스로 초라했고 또 너무 천박한 건 아닌가 생각도 했다. 하지만 그런 두려움이 있기에 그것을 이겨 내는 도전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탐험이 매력 있는 건 두려움을 못 느껴서가 아니라 그런 두려움과 싸워 나가는 데 희열이 있기 때문이다. 다시는 안 한다고 했다가 몇 달만 지나면 다시 그리워지는 게 탐험이다.”

_개썰매에 싣는 가장 큰 짐은 무엇인가.

“대원들 식량과 썰매견 먹일 식량이다. 대원들 식량은 동결 음식으로 물만 부으면 먹을 수 있는 것들이다. 개 먹이로는 사료 물개 넙치 등을 준비한다. 그린란드 내륙 빙상 지대는 사람의 자취가 없는 순수 자연의 땅이다. 웬만하면 흔적을 남기지 않을 것이다. 쓰레기는 물론, 대원들의 대ㆍ소변 등도 바로 얼려 썰매로 싣고 올 것이다. 흔적 없이 싹 가지고 갈 것이다.”

_보급 비행기가 있어 다행이다.

“보급 비행기와 만나는 것도 쉽지만은 않다. 경비행기가 이ㆍ착륙할 수 있는 터를 미리 만들어야 한다. 하루 전 폭 50m, 길이 200m 정도를 편편하게 얼음을 깎아 놓아야 한다. 그리고 식량 주머니 등 썰매에 있던 짐을 하나씩 펼쳐 활주로 표시를 해 놓고는 비행기가 착륙하길 기다린다. 현지 비행사들은 빙하 위에서 이ㆍ착륙 하는 것에 익숙해 큰 걱정은 하지 않는다. 그들이 그 얼음덩어리 위에서 내리고 오르는 것을 보면 거의 예술의 경지다.”

_썰매는 어떤 것인가.

“그린란드 전통 썰매다. 다른 곳에선 볼 수 없는 모양이다. 못 하나 사용하지 않은 썰매인데 매우 튼튼하다. 원주민들의 보통 사냥 썰매보다 크게 주문, 제작했다. 썰매에는 쿠션이 없다. 썰매가 받는 진동을 고스란히 몸이 받아야 한다.”

_가족은 응원해 줬나.

“아내와 중학교 1학년짜리 큰애, 초등학교 1학년인 작은애가 있다. 그린란드 원정을 오래 전부터 계획했고 너무나 가 보고 싶어하니 가족들은 빨리 다녀오길 바랐다. 물론 무사하게 돌아가야 한다.”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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