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남권 최대 교회 중 하나인 목동 제자교회의 100억원이 넘는 연간 재정 운영을 놓고 담임목사와 일부 장로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장로들은 담임목사가 교회 돈을 개인적으로 썼다며 검찰에 두 번에 걸쳐 고발했고, 목사는 이들 장로를 교적(敎籍)에서 뺐다. 급기야 양측간 몸싸움까지 수시로 벌어져 문제를 제기한 장로가 9일 폭행 혐의로 벌금형을 받는 등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10일 서울남부지검과 양천경찰서에 따르면 제자교회의 전 장로 심모(61)씨 등은 지난달 초 이 교회 정모(58) 담임목사에 대해 업무상 횡령과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심씨 등은 "교회 회계장부를 살펴보니 들어온 돈과 나간 돈의 차이가 38억원에 달한다. 정 목사가 착복한 것이 확실하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법원이 부과한 3억여원의 강제이행금을 자신의 돈이 아닌 교회 돈으로 낸 것도 명백한 범법 행위로 모두 합쳐 40억원이 넘는 교회 돈을 개인적으로 사용한 것"라고 주장했다.
앞서 심씨 등은 지난해 3월 서울남부지법에 교회 회계장부를 볼 수 있게 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30일간 장부를 공개하고 이를 거부할 경우 매일 500만원을 지불하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정 목사가 이를 따르지 않자 법원은 지난해 12월 개인헌금내역을 뺀 교회 재정보고서 등 회계자료 모두를 집행관에게 인도할 것을 추가로 명령했다. 이 과정에서 쌓여 법원에 낸 강제이행금만 3억2,000만원이다. 심씨 등은 "우여곡절 끝에 공개된 자료를 검토한 결과 또 다른 횡령 사실이 드러났고, 강제이행금 지불 역시 의심스러워 지난달 검찰에 추가 고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심씨 등 일부 장로가 정 목사를 검찰에 고발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8년 11월 정 목사가 교회 재정을 직접 관리하며 선교헌금 2억여원을 자신의 계좌로 이체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갈등이 시작됐고, 심씨 등은 이 같은 의혹을 바탕으로 2009년 12월 정 목사에 대해 횡령과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것이다.
이에 대해 정 목사는 의혹을 제기한 장로 7명을 대상으로 기소위원회를 구성하고 장로에서 해임한 데 이어 각 교구의 목사와 장로 대표들이 모이는 노회에 이들을 기소해 이들의 신자 자격을 박탈하는 출교(黜敎) 처분으로 대응했다.
검찰은 조사를 통해 정 목사가 장로들이 제기한 의혹보다 많은 교회자금 32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를 밝혀내고 지난해 11월 정 목사를 불구속 기소했다. 재판은 올 2월 시작됐고, 이달 14일 4번째 공판이 예정돼 있다. 검찰 관계자는 "혐의 입증에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지난달 추가 고발한 부분에 대해서도 충분한 조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심씨 등은 매주 일요일 교회 앞에서 정 목사 퇴임 등을 요구하는 거리 예배를 열고 있다. 한편 정 목사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 차례 전화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남상욱 기자 thot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