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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의자' 차지하려 낙하산 밀물…금융기관 감사, 어떤 자리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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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의자' 차지하려 낙하산 밀물…금융기관 감사, 어떤 자리이기에…

입력
2011.05.08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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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대비 업무강도가 가장 낮은 직업. 받은 의전 대비 스트레스가 가장 적은 직업. 바로 금융회사 감사다.

금융감독원과 일선 금융회사 간의 부적절한 고리로 '낙하산 감사' 문제가 부각되고, 뒤이어 금감원이 감사파견관행 중단방침을 천명하면서, 세간엔 "도대체 금융회사 감사가 어떤 자리이길래..."란 궁금증이 많다.

하지만 감사 자리를 놓고 물밑에서 이뤄지는 거래는 비단 금감원과 금융회사만의 문제는 아니다. 인사철만 되면 경제부처 감사원 정치권까지 '감사쟁탈전'에 가세하는 게 금융권의 현실. 그만큼 감사직은 '신의 직장' 안에서도 '신이 내린 자리'로 꼽힌다는 방증이다.

최고의 처우

적게 일하고, 덜 스트레스 받고, 대신 대우는 좋게 받고. 모든 직장인들의 꿈이다. 감사가 바로 그런 자리다.

현재 대부분 금융기관의 상근감사는 CEO 다음으로 2인자 대우를 받는다. 연봉은 개별 금융회사마다, 또 감사 개인 경력에 따라 차이가 나지만 ▦KB 신한 등 대형 시중은행은 4억~5억원 ▦지방은행이나 증권, 보험사는 2억~3억원 정도로 알려졌다. 차량, 사무실 등 다른 대우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감사가 이런 처우를 받아야 하는지는 늘 논란거리다. 몇 년 전 금감원이 금융회사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상근감사의 적정처우'에 대해 설문조사를 했는데, 절반의 응답자들은 지금처럼 '준CEO급'이 아니라 '임원급(49.9%)' 정도가 적당하다고 답했다. 업무량에 대해선 감사 본인은 '과다(43.6%)'하다고 답한 반면, 다른 임직원들은 '보통' 또는 '부족한 편'이라고 답했다. 반면 해외 금융기관의 경우 이사회 내에서 사외이사로 구성된 감사위원회를 운영하면서 이를 보좌하는 직책 정도로 상근감사를 두고 있어, 업무는 많고 대우는 낮은 편이다.

감사의 역할은 일차적으로 경영진 견제와 감시다. 하지만 그 보다는 금감원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각종 정보를 교환하는 게 더 주된 업무다. "감사의 가장 중요한 업무시간은 식사시간"이라는 말도 나올 정도.

물론 감사들도 할 말은 있다. 한 전직 감사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경영문제를 꼬치꼬치 따져 들면 이내 '알만한 분이 눈치 없이 왜 그러시냐'는 분위기가 전해진다. 경영진과 달리 승진도 없고 어차피 임기 채우면 떠나야 하기 때문에 괜히 '오버'하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인물보다 출신

중요한 포스트이지만, 금융회사가 금감원에게 특정인물을 감사로 보내달라고 요청하는 법은 거의 없다. "알아서 좋은 분을 골라달라"는 식이다.

이번에 이석근 전 금감원 부원장보가 감사 내정을 자진 철회한 신한은행도 같은 케이스. 애초 이 자리엔 저축은행 담당 부원장보 출신인 Y씨가 사실상 내정됐지만, 저축은행 부실책임가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이 전 부원장보로 교체됐던 것. 한 금융계 고위인사는 "금융회사가 특정인사를 원하는 법이 없기 때문에 주총시즌이 되면 금감원 내에선 누구를 어디로 내보낼지 교통정리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고 말했다.

쟁탈전

금감원이 언제나 낙하산을 타고 내려가는 것 만은 아니다. 때론 금감원이 낙하산을 받기도 한다.

지난해 금감원으로 온 박수원 감사는 감사원 출신. 역대 금융위원회 출신 관료들이 금감원 감사를 대물림했지만, 처음으로 감사원 제2사무차장 출신을 영입했다.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금감원 입장에서 가장 무서운 곳은 감사원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금융회사가 금감원 출신을 받는 것과 똑 같은 논리로, 금감원이 감사원 출신을 감사로 받은 것이다.

금감원이 손대지 못하는 곳도 있다. 금감원 보다는 정부입김이 더 강한 국책은행의 경우, 대부분 기획재정부 출신이 간다. 모 보험사의 경우 이명박 대통령 고교후배인 동지상고 출신이 감사를 맡고 있는데, 이런 곳은 금감원으로서도 '언터처블'로 통한다.

때론 감사 자리가 '거래'되기도 한다. 지난 해 '낙하산 감사'논란이 커지자 금감원은 한국은행 출신에게 금융회사 감사 한 자리를 '양보'하는 대신, 한은 출신이 가던 자리를 차지했다. 일종의 '자리 스와핑'이 이뤄진 셈.

금융계의 한 고위인사는 "감사문제는 단지 금감원이 낙하산을 접느냐 마느냐의 차원이 아니다"면서 "감사 자리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금융계 풍토, 이 자리를 전리품 정도로 생각하는 정부와 정치권의 인식등이 종합적으로 바뀌어야 만 한다"고 말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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