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지난 3월 공개한 금융감독기관에 대한 감사보고서에는 부산저축은행그룹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부실 검사' 실태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금감원은 부실 상태였던 은행의 자산건전성을 '정상'으로 판단한 것은 물론, 불법대출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 대해서도 제대로 조사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의 '서민금융 지원시스템 운영 및 감독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 부산저축은행 검사반장을 맡았던 금감원 이모 팀장은 감사원으로부터 '직무 태만'을 이유로 문책을 요구받았다. 대출자 21명에 대한 여신 2,400여억원의 건전성이 부당하게 분류돼, 930억원의 대손충당금이 부족하게 적립된 사실을 쉽게 파악할 수 있었는데도 지적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이 팀장은 또 은행 측의 PF대출 관련 조작을 검사 과정에서 파악했으면서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감사결과 밝혀졌다. PF대출을 일반 대출로 속이고 부실 PF사업의 자산건전성을 '정상'으로 분류하는 등 은행의 부실 은폐 시도를 충분히 알 수 있었는데도 이를 철저히 조사하지도, 지적하지도 않았던 것이다. 보고서는 특히 "고위험의 PF 거래를 단순 대출이 아닌 자기사업으로 영위해온 사실이 검사 과정에서 파악됐다"고 밝혔다. 저축은행 본연의 일보다는 부동산투기 시행사업에만 집중했던 게 당시 드러났는데도 금감원이 사실상 방조했다는 얘기다.
부산저축은행에 대한 검사만 이랬던 것이 아니다. 2007년 11월과 2008년 7월, 금감원의 다른 팀장 2명은 모 저축은행 검사에서 검사원들이 자산건전성을 부당 분류한 대출을 서류 검토만으로 적발할 수 있었는데도 별다른 지적 없이 넘어간 것으로 밝혀졌다. 자기자본비율(BIS)을 잘못 계산한 터무니없는 실수의 결과, 저축은행이 경영개선명령을 피해간 문제점도 언급됐다. 부산저축은행이 최근 2년간 2조원대의 분식회계를 했던 수법도 주로 BIS 조작이라는 점에서 금감원은 분식회계도 넋 놓고 지켜봤던 것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의무 대출비율 위반에 대해서도 금감원의 검사는 석연치 않았다. 상호저축은행법은 저축은행이 영업구역 내 개인과 중소기업자에게 신용공여 총액의 50% 이상을 공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금감원은 그러나 2005년 이후 19개 저축은행의 해당 규정 위반을 보고받고도 1개 은행만 제재했을 뿐, 나머지 18개에 대해선 합리적 이유 없이 제재조치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13개 저축은행의 허위 보고에 대해서도 2개는 아예 검사를 안 했고, 나머지 11개 중 9개에 대해서는 해당 규정 위반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특히 저축은행 부실 검사에 금감원 고위 간부의 가담 정황도 드러났다. 감사원은 예금보험공사 이사로 옮긴 전 금감원 국장 등 전ㆍ현직 국장 2명에 대해 '검사ㆍ감독 업무 소홀'을 이유로 주의 조치를 내리라고 했다. 이 같은 감사원 보고서를 보면 현재 진행 중인 검찰 수사가 저축은행 검사에 관여했던 모든 금감원 직원 및 간부들을 상대로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은 설득력을 얻는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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