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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사 멋대로 늘린 '고무줄 성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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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사 멋대로 늘린 '고무줄 성수기'

입력
2011.05.08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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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지방 출장을 위해 항공권을 구하던 회사원 차 모(35)씨는 당일에 성수기 요금이 적용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휴일도 아닌데 왜 성수기 요금을 받냐는 차 씨의 질문에 항공사 측은 "5일 어린이날부터 10일 석가탄신일까지 징검다리 연휴를 성수기로 정했기 때문"이라는 답변을 했다. 차 씨는 "명절이나 여름 휴가철도 아닌데 휴일 사이에 끼어있다는 이유 만으로 성수기 요금을 적용하는 것은 너무하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항공사들이 슬그머니 성수기를 늘려 사실상 요금 인상 효과를 유발하고 있다. 항공사들의 성수기 요금은 비수기에 비해 10% 정도 비싸다.

올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성수기로 정한 날은 1년의 20%가 넘는 총 76일이다. 5일 중 하루가 성수기인 셈이다. 이 중 설 연휴(2월 1일~7일), 여름 휴가철(7월 16일~8월 28일), 추석 연휴(9월 10일~14일) 를 제외하고도 20일이 성수기로 지정됐다.

이는 예년보다 크게 늘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49일보다 27일이 늘었고, 대한항공도 지난해 57일에서 19일이 늘었다. 양 사의 2009년 성수기는 55일이었다. 양 사는 내년 성수기도 올해처럼 대한항공 69일, 아시아나 73일로 정해 놓았다.

성수기 증가는 곧 요금 인상이나 마찬가지다. 대한항공의 서울-울산간 왕복요금은 평소 14만1,000원이지만 성수기에는 15만5,800원으로 뛴다.

마일리지를 이용한 보너스 항공권 구입도 성수기에는 평소보다 50% 더 많은 마일리지가 공제된다. 양 사는 서울-광주의 경우 비성수기 때 왕복 1만 마일을 차감하지만 성수기 때는 1만5,000마일을 뺀다.

문제는 항공사들의 성수기 결정에 특별한 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항공사 관계자는 "평시 좌석이 빈 채 운영하는 항공기가 늘고 적자도 증가하고 있어 이를 만회하기 위해 성수기를 늘렸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항공사들은 해명과 달리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매출 11조4,592억 원, 영업이익 1조1,192억 원으로 영업이익이 2009년 1,334억 원보다 7배 이상 증가했다. 아시아나항공도 지난해 매출 5조726억 원, 영업이익 6,357억 원을 올리며 흑자 전환했다.

특히 항공사들은 정부의 허점을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다. 국내선과 국제선 항공요금을 조정하면 국토해양부의 신고 또는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성수기를 늘리면 그럴 필요가 없다. 그렇다보니 정부의 눈길을 피해 요금 인상 수단으로 성수기를 늘리는 셈이다. 따라서 항공사들이 성수기를 임의로 늘려 사실상 요금을 올리지 못하도록 성수기 지정도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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