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세계선수권 폐막일 '최후의 레이스' 대구육상'10-10 프로젝트' 기대 한몸태국서 83일간'중간받기' 테크닉 특훈지난달 방콕 국제육상 계주 첫 우승김국영등 6명'기적드라마' 준비완료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폐막일인 9월4일 오후 9시.
대구 스타디움 6만6,000석을 가득 메운 관중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열전 9일간의 레이스에 마침표를 찍는 남자 400m계주를 보기 위해서다. '최후의 심판'을 알리는 출발총성이 울린 뒤 10여초가 흘렀다. 관중석에서 비명이 쏟아졌다. 바통터치 실수로 순위가 뒤바뀌기 시작 한 것. 한 줄기 광풍처럼 30여 초가 더 지났다. 한국이 자메이카, 미국에 이어 3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아시아에선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계주 동메달을 목에 거는 순간을 가상 시나리오로 그려봤다.
마라톤이 대회 폐막일 오전의 하이라이트라면 계주는 대미를 장식하는 종목으로 '고정출연'했다. 역대 대회를 통틀어 남녀 1,600m계주가 전통을 이었지만 이번 대구세계선수권에선 400m계주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김만호 대회 경기운영부장은 "실제 한국팀의 이변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경기스케줄을 조정했다"고 밝혔다. 김정식 대한육상경기연맹 경기팀장도 "계주는 바람을 가르는 스피드와 바통터치 실수로 순식간에 순위가 뒤집히는 역전의 묘미가 숨겨져 있어 인기 만점 종목으로 꼽힌다"며 한국이 8개국이 겨루는 결선레이스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육상경기연맹은 이를 위해 400m계주를 이른바 '10-10 프로젝트'에 포함시켜 기대심리를 키우고 있다. 10-10 프로젝트란 10개 유망 종목에서 10명의 결선 진출자를 낸다는 의미.
10-10프로젝트… 400m 계주로 '승부수'
오세진(59) 대표팀 수석코치가 이끄는 계주팀은 2월3일부터 4월25일까지 태국 방콕에서 역대 최장인 83일간의 전지훈련을 마치고 지난달 26일 귀국했다.
지난 28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만난 오코치는 "태국의 100m 기록은 한국과 거의 차이가 없지만 계주에선 1초가량 앞선다"며 "바통터치에 따라 1초가량 차이가 난다. 태국을 전훈지로 택한 이유다"라고 말했다. 태국은 바통터치 노하우로 역대 아시안게임 남녀 400m계주에서 모두 7개의 금메달을 따냈다. 2007년 유니버시아드 대회 땐 남녀가 나란히 1,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오코치는 특히 "태국이 자신들의 노하우가 노출될 수 있는 위험부담이 있는데도 훈련장면을 흔쾌히 공개했다"며 "태국 육상선수촌에 입촌해서 합동 훈련을 한 것도 한국팀밖에 없었다"고 강조했다.
오코치는 이번 전훈의 최대 성과로 터치기술 체득과 마사지사를 전훈 멤버에 포함시켜 부상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바통터치 기술은 3가지로 나뉜다. 뒤 팔을 높이 들어 받는 상단받기와 중간받기, 아래받기가 그것이다. 미국은 상단받기를, 태국과 독일은 중간받기, 일본은 아래받기를 주로 채택한다. 우리는 이번 전훈을 통해 중간받기를 택했다"고 밝혔다. 오코치는 또 중간받기를 하면서 바통을 쥘 수 있는 면적을 넓히기 위해서 손가락을 모두 벌려 손바닥 면적을 크게 한 방법도 채택했다고 덧붙였다.
6명 주자 실험 중… 김국영 '곡선' 임희남 '직선'
현재 국제대회에서 한국 계주팀은 기록 자체가 없다. 모두 예선 탈락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국영, 전덕형, 임희남, 김민균 등 6명으로 짜여진 대표팀은 대구세계선수권 폐막식때 '끝내기 만루홈런'을 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이들은 실제 지난달 24일 방콕에서 열린 태국 국제육상대회에서 39초73을 찍고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계주팀이 국제대회에서 우승하기는 이번이 처음. 하지만 기록만 놓고 보면 국제육상경기연맹 A기준기록(39초20)과 한국기록(39초43)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100m 한국기록(10초23) 보유자인 김국영은 "계주가 주종목은 아니지만 일본이 베를린대회서 동메달을 따낸 것처럼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오코치는 단신인 김국영을 3주자, 곡선주로에 놓고 전덕형과 임희남을 직선주로인 2주자와 최종 주자로 놓고 실험 중이라고 밝혔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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