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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민복의 시로 여는 아침] 산다는 것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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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민복의 시로 여는 아침] 산다는 것의 의미

입력
2011.05.08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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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4년 토오꾜오올림픽을 앞두고 지은 지 삼 년밖에 안된 집을 부득이 헐지 않을 수 없게 되었을 때의 일이라고 한다. 지붕을 들어내자 꼬리에 못이 박혀 꼼짝도 할 수 없는 도마뱀 한 마리가 그때까지 살아 있었다. 동료 도마뱀이 그 긴 시간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먹이를 날라다 주었기 때문이다.*

*박성호 칼럼, 茶山포럼, 2007년 1월 11일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도마뱀은 밭이나 산길에 수도 없이 많았다. 도마뱀을 만나는 일이 하도 흔해 길을 걷다가 느닷없이 도마뱀을 만나도 놀라지도 않았다. 하굣길에 도마뱀을 잡아, 차렷 자세로 선 친구 머리 위에 올려 놓고 콧등을 타고 똑바로 내려오면 공부를 잘한다고 하며 낄낄대고 놀기도 했다. 이제 도마뱀들은 다 사라지고 내 이마를 짚던 도마뱀의 감촉만이 기억에 박혀 있다.

못 박힌 도마뱀은 못을 축으로 빙글빙글 돌 수는 있었을까? 공간이 충분하여 돌 수 있었다면 꼬리가 닳아 끊어졌으리라. 못에 박히는 순간 도마뱀의 몸은, 움직이지 못하는 집 한 채로 확장된 것 아닌가. 도움을 받아야 했던 도마뱀이나, 먹여 살려야 했던 도마뱀이 살아 낸 3년이란 긴 세월.

시를 읽으며, 집이란 못에 박혀, 물, 불, 공기, 흙, 빛의 도움으로 살아가는 우리 사람살이가 떠올랐다. 또 쓸쓸한 생명 존재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의리, 우정, 사랑, 헌신… 뭐, 이런 관념어들도 떠올랐다. 인용 글에 제목만 달아 완성한 이 시를 읽으며 '때론 한 줄의 기사가 그 숱한 '가공된 진실' 보다 더 시다웠다' 고 한 시인의 말에 공감할 수 있었다.

이시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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