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조례개정, 영세상인 다 죽는다' '상가입찰 중지하라'
요즘 서울 도심 지하도 상가 쇼윈도에 이런 주장을 담은 종이가 다수 붙어 있다. 서울시가 시내 지하도 상가 임대차 방식을 상가 별로 통째로 경쟁입찰할 수 있도록 바꾸는 지하도상가 관리조례 개정안을 6일 입법예고했기 때문이다.
시가 입법예고한 조례 개정안은 서울 시설관리공단이 관리하는 지하도 상가 29곳을 개별 점포뿐 아니라 상가 단위 별로 계약을 하고, 낙찰업체가 개별 점포를 다시 임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현재 시내 지하도 상가 당 적게는 60곳에서 많게는 200곳까지 총2,783곳의 점포가 있다.
시는 낙찰업체와 5년 단위로 계약을 하고, 낙찰업체도 개별 점포주와 같은 기간 임대차 계약을 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계약기간 중 점포 양도행위는 금지된다. 또 1인 1점포 임대를 원칙으로 정했다. 다만 현재 2개 점포 이상을 운영하는 상인들은 3년 간 복수점포를 유지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개정안은 '특별한 사유 발생 시 수의계약이 가능하다'는 기존 조항도 삭제했다. 시내 지하도 상가는 1970년대 말부터 80년대 초 지하 방공호를 만들면서 조성됐는데, 당시 시는 민간 건설업체에 공사를 맡기고 20년 후에 기부채납을 받기로 했다. 2000년대 들어서며 지하도 상가 운영권을 넘겨받은 시는 기존 관행을 고려해 수의계약을 조항을 뒀었다.
시는 2008년 지하도 상가 경쟁입찰을 추진했지만 상인들의 반발로 강남권 5곳만 시행하고 강북권은 3년 유예기간을 두는 것으로 2009년 합의했다. 강남권 지하도 상가 5곳의 경우 상인연합회가 만든 주식회사가 리모델링을 조건으로 위탁업체로 선정됐다.
강북권 지하도 상가의 유예 계약기간은 올해 순차적으로 끝난다. 이에 따라 시는 9일 시청광장ㆍ명동역ㆍ을지로입구ㆍ종각ㆍ을지로 등 5개 지하도 상가 입찰공고를 내기로 했다.
상인들은 이번에도 반발하고 있다. 소공 지하도 상가에서 28년째 장사를 하고 있다는 장모씨는 "처음에 들어올 때 강남 아파트 한 채 값을 권리금으로 냈다"며 "시나 상가 낙찰을 받은 업체가 권리금을 인정해주지 않으면 그 돈을 날리게 된다"고 말했다. 정인대 전국지하도상가상인연합회 회장은 "강북은 강남처럼 장사가 잘 되지 않아 영세상인이 많기 때문에 상인회가 낙찰을 받기도 어렵다"며 "시가 백화점 등 대기업에 지하도 상가를 넘기려 한다"고 말했다.
시는 상인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경쟁입찰을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시는 입찰 때 기존 상인들의 보호 방안을 중점 심사하고, 낙찰업체의 운영 수익률을 10% 이하로 제한할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강남처럼 기존 상인회도 입찰을 통해 위탁업체로 선정될 수 있다"며 "지하공간은 공유재산이기 때문에 관련 상위법에 맞게 경쟁입찰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의회도 6일 지하도상가 관리조례 개정안을 제안했다. 시의회 개정안에는 상가 별 경쟁입찰 도입 조항은 없으며, 1인 2점포를 금지하는 내용은 포함돼 있다. 시의회 건설위원회 지하도상가운영방안개선 소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정용림 의원은 "상가 별 경쟁입찰 도입 문제는 상인들의 입장을 들어보고 정해야 한다"며 "의견수렴을 해서 6월 임시회에서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류호성기자 r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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