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비 온다기에 서둘러 나무를 심었습니다. 요즘 남쪽에서는 이팝나무 꽃이 좋습니다. 오래전부터 이팝나무를 심고 싶었습니다. 여기서는 이팝나무를 쌀밥나무라 부릅니다. 나무 가득 수북하게 꽃이 핀 것이 잘 지은 쌀밥 같습니다. 이팝나무를 심은 뜻은 누구의 삶이든 굶지 않고 배부르게 살기 바라는 마음입니다.
내가 심은 이 나무가 잎을 달고 꽃을 달고 뿌리 내리고 사는 동안 다들 배부르게 살았으면 합니다. 쌀이 남아돌고 비만과 과식에 굶는 다이어트까지 유행한다지만 아직도 이 땅에는 끼니를 거르는 노인과 어린이들이 많다고 합니다. 굶는 세상에 저는 나무만 심지만 이팝나무처럼 몸으로 실천하는 분도 있습니다.
1988년부터 다일공동체 최일도 목사가 서울 청량리에서 시작한 밥퍼 운동이 최근 누적 500만 그릇을 돌파했다고 합니다. 하루에 1,200명의 노숙인에게 무료 식사를 제공하는 밥퍼 밥상은 살아 있는 이팝나무입니다. 일 년 365일 하루도 쉬지 않고 가지마다 주렁주렁 진짜 밥이 열리는 이팝나무에 감사를 드립니다.
이팝나무를 심고 이웃에 계신 천연기념물 234호인 신전리 이팝나무께 인사하러 갔습니다. 높이는 12m이고 줄기 둘레는 4.15m인 이 노거수는 아직 꽃을 피우지 않고 있었습니다. 작은 나무들 쉽게 쉽게 꽃을 피우지만 큰 나무는 큰 나무답게 꽃을 피운다는 것, 또 한 수 배웠습니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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