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시장에서 상품가격 하락세가 가파르다. 최근 은 가격은 8일만에 30% 가까이 급락하며 원자재 가격 하락세를 주도하고 있다. 금 가격도 온스당 1,500달러를 밑돌았으며 중동 사태로 치솟았던 국제유가도 미국 텍사스산 원유(WTI) 기준으로 배럴당 100달러가 붕괴됐다. 이 여파로 글로벌 증시도 원자재 관련주 중심으로 하락 압력이 높아지고, 엔화와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고, 미 국채 금리는 하락(채권가격 상승)하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에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나타났다.
상품가격이 급락한 가장 큰 이유는 지나치게 급등한 가격 때문이다. 지난 1년간 은 가격은 200% 가까이 상승했고 면 가격은 2009년 저점 대비 4배 가까이 올랐다. 각종 비철금속과 농산물 가격도 동반 급등했다. 상품가격 급등의 표면적 원인은 이상 기후에 따른 작황부진과 중국 등 신흥국의 빠른 경기회복에 따른 수요증가, 양적완화로 풍부해진 유동성의 투기적 수요가 맞물렸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러나 투기수요가 몰리면서 가격이 수요(경기회복)를 앞서가자 조정을 받게 된 것이다.
상품가격은 그 자체로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통상 원자재 가격은 경기와 동행한다. 경기가 좋아져 수요가 증가하면 가격이 상승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나치게 상승하면 가계와 기업 등 주요 소비주체에 부담을 주고 실질 수요를 줄여 경기침체를 유발한다. 따라서 주식 투자자 입장에서 본다면 적당한 속도로 완만하게 상승하는 것이 가장 좋다.
그렇다면 지난 주 상품가격 급락을 우리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경기둔화의 조짐으로 보고 주식을 줄여야 할까, 인플레 압력 완화에 따른 긍정적 영향을 기대해 주식비중을 늘려야 할까.
필자는 후자의 입장에서 보고 싶다. 왜냐하면 기대보다 느리더라도, 글로벌 경기 전반은 회복세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일본이나 남유럽 등 경기가 부진한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 서유럽이나 미국, 신흥국 전반 경제는 분명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경기회복이 꾸준히 진행된다면 수요도 그에 맞춰 완만히 증가할 것이고, 이는 상품가격 하락의 추가 급락을 방어하는 강력한 지지선 역할을 할 것이다. 지금은 경기에 비해 지나치게 앞서간 가격의 조정이 나타나고 있을 뿐이다.
이와 더불어 인플레 압력 완화에 따른 긴축 속도 둔화 가능성, 기름과 식료품 가격 안정에 따른 가계 가처분소득 증가 효과, 상품시장 유동성의 증시로의 이동 가능성 등도 놓치지 말아야 할 이슈다.
지난 주 국내 증시는 비교적 큰 폭의 조정을 받았다. 상품 가격 약세가 경기둔화 우려와 맞물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말 발표된 미국의 고용지표가 경기에 대한 지나친 우려를 뒤집었다. 이번 주 증시는 반전을 기대한다. 금융통화위원회와 옵션 만기를 앞두고 변동성이 높아질 수 있겠지만, 증시 진입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김성봉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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