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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한국사 교육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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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한국사 교육에 바란다

입력
2011.05.08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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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교육이 강화된다고 한다. 일개 이공학도로서 기쁜 마음으로 지지한다. 이제는 공학 등 실용학문만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산업 현장에서 피부로 느끼고 있다. 하드웨어 기반의 수출 제조업 중심의 성장전략은 한계에 왔다. 국가 브랜드와 문화 정체성 등의 인문학적 가치가 새로운 성장 동력이 돼야 한다. 국가 내부 역량만 아니라 외부와의 협조를 구하는 개방 역량이 중요하다. 이러한 새로운 국가 발전전략의 중심에 자리해야 하는 것이 국가의 역사관이 아닌가 생각한다.

세계를 향해 열린 역사관을

단순히 일본 중국 등 인접국의 역사 왜곡에 대한 반작용으로 역사교육을 강화한다면, 우리도 자국사 중심의 극단적 민족주의에 함몰될 우려가 있다. 역사는 현재를 바탕으로 미래를 지향해야 한다는 점에서, 나만이 최고라는 쇼비니즘을 경계하고 주변 국가와의 동반 성장을 통한 국가 발전이라는 열린 역사관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역사철학의 아버지 E. H. 카는 에서 '역사란 사관과 사실의 결합이요, 현재와 과거의 대화'라고 피력했다. 역사관은 사실의 천한 노예도 아니고, 포악한 주인도 아니다. 역사관과 사실과의 관계는 상하관계가 아니라 서로 주고 받는 상호작용의 관계이다. 역사는 결코 단순한 사실의 나열이 아니다. 과거는 현재와 대화하여야 한다. 현재 대한민국의 상황과 미래 비전에 따라 역사는 재구성되어야 하는 것이다.

한국은 국가 발전의 변곡점에 서 있다. 'Fast Follower에서 First Mover로!' 라는 말이 핵심을 표현한다고 본다. 중진국까지의 전략은 남을 성실히 따라 하면 된다. 그러나 선진국 진입은 나만의 창조적인 방식으로 개척해야 한다. 중진국까지는 나만 잘하면 된다. 그러나 선진국 진입은 협조하는 주변 세력이 있어야 한다. 이제 우리의 역사는 자부심을 강화하는 창조적 인재상과, 교류 협력을 통한 열린 인재상을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 개방 교류를 근간으로 하는 열린 역사관이 필요하다.

한국의 역사를 보면 개방 무역국을 지향한 시대에는 세계 10위권의 강한 국가가 되고, 닫힌 농업국을 지향한 시대에는 하위권 국가가 되었다. 고구려에서 고려에 이르기까지 한국은 강국이었으나, 조선 시대의 닫힌 정책의 결과가 하위권 추락 요인이 아닌가 한다. 대한민국은 고려를 계승하고 북한은 조선을 계승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광복 이후 양쪽의 발전을 비교해 보면 한국인이 지향할 역사관이 무엇인가 명확해 진다.

한국인은 개방하면 에너지가 외부로 발산되어 대외 경쟁력이 되나, 닫으면 강한 에너지가 내부에서 서로를 깎아 내리는 비극적 결과를 초래한다. 한국은 개방할 때 진정한 경쟁력이 발현되는 국가라는 것은 일련의 개방정책의 결과로 입증된다.

개방의 역사관은 국사와 세계사를 교류의 관점에서 융합해야 한다. 신라의 삼국통일에 미친 토번의 역할 등은 교류의 시각에서만 이해될 수 있다. 우리 민족은 거란 흉노 여진 몽골 중국을 넘어 인도 중동 아라비아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지속적으로 교류했다. 누가 누구보다 우월한 것이 아니라 상호 교류를 통하여 발전한 것이다.

균형 잡힌 역사관 형성하도록

우리의 소중한 고대사는 아직도 많은 이론들이 존재한다. 삼국사기에서도 백제에 대하여 다른 이론들을 소개하고 있듯이,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고대사는 서로 다른 견해를 소개하는 것이 열린 시각이 되지 않겠는가. 특히 동북공정에 관련된 고조선과 요하문명에 관한 부분은 서로 다른 견해를 소개하는 것이 균형 잡힌 역사관을 형성하는데 도움되지 않을까 한다.

독도에 관련된 양국의 주장도 소개하고 비판력을 키워주는 것이 세계 시민으로 가는 역사 의식이 아닌가 한다. 건설적 비판능력을 키우고 학문적 내실을 다지는 것이 진정한 경쟁력이 아니겠는가. 한국사 교육 강화가 과거로의 회귀가 아니라 새로운 미래 성장 동력이 되기를 바란다.

이민화 카이스트 교수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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