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의 토종 에이스 김선우(34)는 경기 전 ‘앓는 소리’를 했다. “이제 구속도 안 나오고 어떻게 해야 될지…. 저번 경기에서 145㎞ 넘는 공이 고작 1개였더라고요.” 직구 일변도라는 우려가 나올 만큼 150㎞ 강속구에 애착이 강했던 김선우였지만 그도 이제 우리 나이로 서른다섯이다.
8일 잠실 롯데전. 오른손 투수 김선우는 경기 전의 푸념처럼 직구 최고 구속은 145㎞에 불과했다. 그러나 결과는 한국 복귀 후 첫 완봉승. 별명 ‘써니’처럼 눈부시기만 했다. 김선우는 이날 9이닝 동안 7안타를 맞았지만 2사사구 3탈삼진으로 실점을 0으로 묶었다. 94개의 공(스트라이크 62개)을 던졌는데 병살타 4개를 엮을 만큼 땅볼 유도가 잘됐다.
김선우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완봉승의 기억이 있다. 콜로라도 시절이던 2005년 9월25일 배리 본즈가 버티는 샌프란시스코를 맞아 9이닝 3피안타 1볼넷 무실점의 완벽에 가까운 피칭을 선보였다. 본즈를 3타수 무안타로 꽁꽁 묶었고 ‘투수들의 무덤’이라는 덴버의 쿠어스필드에서 세운 기록이라 더욱 값졌다. 김선우는 한국 복귀 후 당시의 ‘사건’을 언급할 때마다 “다 지난 일”이라고 했지만 ‘두산의 김선우’로 5년7개월여 만에 다시 한번 단단히 일을 낸 셈이다. 특히 팀이 3연패에 허덕인 데다 마무리 임태훈의 스캔들 여파로 뒤숭숭한 시점에 나온 쾌투라 의미가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 김선우는 경기 후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 트리플A, 더블A에 이어 4번째 완봉승이다. 야수들이 도와줘 일군 완봉승”이라고 했다. 김경문 두산 감독도 “고참들이 중심이 돼 힘을 내줬다”며 투수조장 김선우의 역투를 칭찬했다.
지난 3일 LG전 7이닝 무실점에 이어 16이닝 연속 무실점 기록을 이어간 김선우는 시즌 3승(2패)째를 거두는 한편 평균자책점을 2.19에서 1.76으로 대폭 낮추며 1위로 올라섰다. 두산은 이틀 연속 터진 김현수의 홈런(2점ㆍ시즌 3호) 등 장단 11안타로 5-0 승리를 낚으면서 김선우의 완봉승을 축하했다. 15승1무12패가 된 두산은 3위를 지켰다.
대전에서는 ‘대한민국 에이스’ 류현진(24)이 7이닝 1실점으로 호투한 최하위 한화가 넥센을 11-7로 꺾었다. 류현진은 101개의 공을 던지는 동안 안타 3개에 볼넷 2개만 내주면서 삼진을 8개나 솎아냈다. 탈삼진 50개로 이 부문 단독 1위를 지킨 류현진은 3승(4패)째를 올리며 다승왕 경쟁에도 뛰어들었다. 또 지난달 20일 롯데전(8이닝 2실점)부터 정상 궤도 진입을 알린 류현진은 4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투구 3자책점 이하)를 기록했다.
대구에서는 LG가 삼성에 8-4 역전승을 거두고 단독 2위를 지켰다. LG 선발 박현준은 7이닝 3실점으로 다승 단독 1위(5승1패)로 나섰고 7이닝 4실점(2자책)의 삼성 차우찬은 2패(3승)째를 떠안았다. ‘LG 킬러’ 차우찬은 LG전 4연승 끝. LG 조인성은 7회 결승 솔로 홈런으로 팀 동료 박용택과 함께 이 부문 공동 1위(7개)에 올랐다. 삼성은 8개 구단 가운데 처음으로 팀 통산 3,500홈런 고지에 올랐지만 빛이 바랬다. 한편 잠실과 인천, 대구구장은 7, 8일 연속 매진을 이뤘다. 이틀간 4개 구장 총 관중은 14만 2,084명.
대구=최경호기자 squeeze@hk.co.kr
양준호기자 pir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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