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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F부실 처리 전면 나선 유암코 이성규 대표/ "PF 판도라 상자 열렸다 금융의 잘못된 진화 반성의 계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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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F부실 처리 전면 나선 유암코 이성규 대표/ "PF 판도라 상자 열렸다 금융의 잘못된 진화 반성의 계기로"

입력
2011.05.08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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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태를, 갈수록 복잡해지는 금융기법의 적절성을 성찰하는 계기로 삼아야 합니다. 실물과 괴리돼 혼자 잘 먹고 잘 살겠다는 식으로 '나홀로 진화'하는 금융의 위험을 경계해야 합니다." 해결사는 발등의 불만 바라보지 않았다.

3일 서울 중구 서소문로 사무실에서 만난 이성규(52ㆍ사진) 연합자산관리(유암코) 대표는 금융의 소명에 대한 근본 문제를 화두로 들고 나왔다. 이 대표는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고의 부실채권 처리 전문가다.

외환위기 당시 국내에서는 생소한 워크아웃(기업구조조정) 개념을 도입하고 시행하며 '미스터 워크아웃'으로 불렸는데, 대우그룹 구조조정 등 그가 처리한 부실여실만 100조원에 육박한다.

이런 그가 또다시 PF부실 처리의 전면에 섰다. 출범(2009년 10월)부터 대표를 맡은 '민간 배드뱅크' 유암코가 금융당국으로부터 부실 PF처리를 의뢰 받은 것. 유암코 산하의 사모펀드(PEF) 형태로 배드뱅크를 만들고 금융권에 흩어진 부실 PF 채권을 사들여 처리하는 방식이다.

이 대표 말을 빌리자면 PF 사태는 "통제 범위를 넘어선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것"이다. 그는 "금융이 발전하고 다양성이 추구되면 평소에는 채권자 위험이 분산돼 좋지만, 위기상황에서는 뒤처리가 매우 힘들어지는 단점이 생긴다"고 진단했다.

과거 건설업체가 혼자 대출을 일으켜 자금을 조달하던 때와 달리, 사업을 보고 돈을 넣는 PF가 일반화되면서 문제 해결이 더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시행사와 시공사가 따로 있고, PF의 채권은행과 건설사 채권은행이 달라 이해관계 조율이 어렵다. 게다가 삼부토건 사례에서 보듯 요즘은 PF 채권을 유동화해 개인에게 판매하는 기법까지 등장하면서 실타래가 더 꼬이게 됐다는 게 이 대표 설명이다.

이 대표에 따르면 판도라의 상자는 PF만이 아니다. 그는 "부동산 PF처럼 새로 등장한 개념인 조선사 선수금 환급보증(RG) 보험과 키코를 눈여겨봐야 한다"며 "이들은 액수가 정해지지 않은 미확정 채무이기 때문에 회사나 금융사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RG보험은 조선사가 제때 선박을 인도하지 못할 경우 조선사 거래은행이 선주에게 선수금 환급을 확약하는 보증서다. 2008년까지 호황을 구가하던 조선산업이 최근 중소형 회사를 중심으로 침체를 겪으면서, RG보험 요율이 치솟고 관련 손실이 크게 늘고 있다. 환헤지 상품인 키코 역시 환율변동이 예상보다 커져, 흑자기업이 문을 닫고 줄 소송으로 이어지는 부작용을 낳았다.

그렇다면 현안으로 닥친 건설사 PF 부실채권 처리는 어떻게 될까. 이 대표는 "이번에는 1조~2조원 정도의 부실채권만 사들이지만, 이 실험이 잘 되면 적용 범위를 넓혀 전체 PF 문제를 풀어갈 해법으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라며 PF 배드뱅크의 성공 가능성을 낙관했다.

그는 부실채권을 따로 관리하는 게 은행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다고 주장한다. "은행이 아무리 경영을 잘해도, 지금처럼 부실채권 비율이 2%에 이르면 외국에서는 절대 건전한 재무구조로 봐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당장의 매각 손실을 감수하고 장부 가격보다 낮게 PF 채권을 배드뱅크에 넘기면 회계상 부실을 들어낼 수 있어 좋고 또 나중에 추가 수익까지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쓰레기더미(부실채권)에서 꽃(수익)을 피울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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