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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의 물꼬를 이제는 서사로 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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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의 물꼬를 이제는 서사로 틀고 싶다”

입력
2011.05.08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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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이 문학 종사자 외의 일반 독자들에게 소외돼 있는 게 현실이고, 저로서도 독자와의 소통을 어떻게 열어 갈 것인가가 큰 고민입니다. 비평의 질을 심화하는 작업과 동시에 독자와 한국 문학을 연결시켜 주는 문학 교사로서의 역할을 병행해 나가는 게 과제입니다.”

22회 팔봉비평문학상 수상자인 계명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김영찬(46)씨가 말하는 소외와 소통은 비단 비평이 짊어진 짐만은 아닐 것 같다. 이번 수상작은 올해 2월 출간된 비평집 (문예중앙 발행). 이 우울은 비평만이 아니라 문학 작품과 그를 둘러싼 한국 사회의 현실이란 점에서 세 가지 층위에 겹쳐진 먹구름이다. 책 서두에 제시된 이런 진단처럼. “지금 한국 소설은 그렇게 한국 사회의 정상적 실패의 증거로서 그 자신의 실패를 음미함으로써, 제 각각의 우울을 앓는다”(7쪽).

문예지뿐 아니라 인터넷 웹진 등을 통해 창작과 연재 기회가 그 어느 때보다 넓어져 장편소설이 양적 부흥기를 맞은 듯하지만 그 속내를 보면 생명 연장 장치를 덧댄 무기력증 환자의 기계적 숨소리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극소수의 스타 작가 외에 사회적 주목을 끄는 작품이 거의 나오지 않을뿐더러 소설의 질적 수준 자체가 전반적으로 떨어졌다는 진단에서다. 김씨 역시도 이 같은 음울한 시각을 부인하지 않는다. 현실과의 긴장을 놓친 자기 충족적 세계에 갇혀 있고 인물은 단면적이고 세계는 협소하며 의식은 추상적이라는 것이다.

비평집은 그러니까 최근 수년간 문단의 뜨거운 화두였던 근대문학 종언론을 화두 삼아 2000년대 후반 한국 소설의 침체를 성찰하고 그 출구를 모색한다. 2006년 첫 비평집 에서 2000년대 전반기 문학의 정체성을 날카롭게 포착했던 그가 5년 만에 낸 두 번째 평론집의 기조가 우울이라는 것은 현 문학의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셈이다.

그러나 그는 지금의 침체를 단지 작가의 역량 탓으로 돌리지 않고, 문학사와 사회경제적 맥락에서 동시적으로 파악한다는 점에서 시야는 한결 폭넓고 종합적이다. 예컨대 신자유주의적으로 재편된 한국 사회 자체가 문학의 정신적 동력인‘가능성에 대한 열망’을 잃어버린 까닭에 소설 역시 불가피하게 우울과 체념의 세계를 펼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역으로 한국 사회가 여전히 희망의 길을 모색하는 그 만큼, 소설도 새로운 지평을 열 것이란 기대도 잃지 않는 것이다.

외국의 특정 이론으로 작품을 단편적으로 재단하기보다 문학 안팎의 다양한 현실을 두루 통찰하면서 작품의 위상을 종합적으로 진단하는 것이 바로 김영찬 비평의 특장. 두 권의 비평집을 통해 2000년대 전반기와 후반기 문학의 항로를 첨예하게 그렸던 그는 이번 수상으로 비평 분야 3대상을 모두 휩쓸게 됐다. 2003년 경향신문 신춘문예(평론 부문)로 등단한 그는 로 대산문학상과 현대문학상을 받은 데 이어 두 번째 저서로 팔봉비평문학상까지 거머쥐었다.

지난해 가을호부터 복간된 계간지 문예중앙의 편집위원을 맡으며 현장 활동을 활발히 펴고 있는 그의 요즘 화두는 장르의 벽을 넘는 독자와의 소통이다. 문학에 한정되지 않고 다양한 예술 분야를 넘나들며 시대적 감성과 접속하려는 것이 계간지의 지향점. 그의 향후 비평적 관심도 사회 전반을 아우르는 서사에 대한 분석에 맞춰져 있다. 그는 “지금은 서사의 시대라 이를 만한데 TV의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부터 정치적 수사에까지 다양한 서사들이 등장해 서로 갈등하고 충돌하고 경쟁한다”며 “서사 일반으로 영역을 넓혀 시대를 진단하는 동시에 한국 문학사를 정신분석의 관점에서 재구성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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