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바라크 30년 철권 통치를 끝낸 이집트가 종교갈등으로 다시 몸살을 앓고 있다. 시민혁명 과정에서 민주화의 열망을 함께 나눴던 무슬림과 기독교인들이 다시 갈라섰기 때문이다.
7일(현지시간)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서 보수 이슬람교도들과 콥트 기독교도들 사이에 유혈충돌이 발생, 최소 9명이 숨지고 144명이 부상했다고 현지 국영TV가 보도했다.
‘살라피스트’로 알려진 강경 무슬림 500여명은 이날 카이로 외곽 임바바 지역의 성(聖) 미나 교회에 몰려가 “이슬람으로 개종한 여성이 교회에 억류돼 있다”고 주장하며 이 여성의 석방을 요구하는 집회를 가졌다.
교회 진입을 차단한 교회 경비원들과의 말다툼은 곧 투석전으로 번졌고, 급기야 서로 총까지 쏘는 유혈사태로 확대됐다. 중무장한 경찰이 최루탄을 쏘며 해산에 나섰으나 격렬한 충돌은 8일까지 계속됐다.
기독교의 한 분파인 콥트교 신자들은 이집트에서 전체 인구(8,000만명)의 약 10%를 차지한다. 무슬림과 콥트교도들은 수십년간 크고 작은 대립과 충돌을 반복, 이집트의 최대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최근엔 결혼과 관련된 갈등이 불거졌다. 이집트에서는 이종교도간 결혼이 금기시돼 왔다. 무슬림 여성과 기독교도 남성의 결혼을 금지하는 조항까지 법률에 명시돼 있다. 콥트교의 경우도 이혼을 불허하고 있는데, 여성 콥트교도가 이혼을 원한다면 이슬람교로 개종해야 한다.
보수 이슬람 측은 콥트교 목사와 결혼한 카밀라 셰하타라는 여성이 이슬람교로 개종하려는 것을 콥트교가 방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셰하타는 이날 남편과 TV에 출연해 “나는 여전히 기독교인이고 개종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지난 3월에도 이와 비슷한 이유로 양측 간 충돌이 빚어져 10여명이 사망했었다. 또 지난달에는 남부 케나주에서 기독교도 출신 신임 주지사의 임명을 반대하는 시위가 일주일 넘게 이어지기도 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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