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정선 팔봉비평문학상운영위원회 간사ㆍ인하대 인문학부 교수
22회 팔봉비평문학상의 1차 심사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순조롭게 진행됐다. 김병익(심사위원장) 김인환 오생근 정과리씨 네 사람의 심사위원들은 지난 1년간에 간행된 44권의 평론집 검토에 착수해 2차 심사에 올릴 대상자를 빠르게 확정지어 나갔다. 현장평론에 대한 자신들의 감각과 이해력을 십분 활용하면서, 그리고 팔봉비평문학상이 20여년 동안 적용해 온 심사 기준을 존중하면서 심사위원들은 먼저 44권의 평론집에서 10여권의 평론집으로 범위를 축소했고, 이어 10여권을 대상으로 논의를 거쳐 김영찬 문흥술 복도훈 서동욱 소영현 조강석 조재룡씨 7명으로 어렵지 않게 범위를 좁혔다.
그런데 4월 29일에 열린 2차 심사는 1차 심사 때의 예상과는 달리 순탄하지 않았다. 그것은 마땅한 수상자가 없는 데서 오는 난감함 때문도 아니었고, 심사위원들 사이의 의견 대립 때문도 아니었다. 모두에서 심사위원들은 김영찬 소영현 조강석씨 중 하나가 수상자라는 사실에 너무나 완벽하게 일치하고 있어서 회의는 아주 쉽게 끝날 것처럼 보였다. 그렇게 보였던 회의가 길어진 것은 순전히 심사위원들의 섬세한 자기 검열과 윤리 의식 때문이었다.
심사위원들은 애초에 세 사람의 글이 나름대로의 강점을 가지고 있고, 우열을 가리기가 쉽지 않아서 누가 수상자가 돼도 좋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또 바로 이 점이 심사위원들로 하여금 세 사람의 우열을 심도 있게 논의하면서도 “심사 결과가 과연 공정하게 보일 것인가”라는 문제에 대해 갈등하게 만들었다. 심사위원들은 세 사람의 평론 세계를 분석해 비교하는 방향으로 갔다가는 곧바로 자신의 제자라는 것을, 자신이 오랫동안 몸담고 있었던 출판사에서 간행된 평론집이라는 것을 고백하는 방향으로 돌아가는 일을 반복하면서 한참 동안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마침내 누구도 심사 과정을 시비하기 어려운 사람을 수상자로 결정했다. 가장 안정적 평론을 생산한, 심사위원들과 가장 아무런 이해관계도 없는 김영찬씨를 22회 수상자로 결정한 것이다. 네 분 심사위원의 존경할 만한 윤리 의식과 공정한 결정을 지켜본 사람으로서 수상자 김영찬씨에게는 축하를 보내고, 애석하게 탈락한 소영현 조강석씨에게는 이해와 공감을 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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