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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의 변형에서 보여지는 부재한 사회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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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의 변형에서 보여지는 부재한 사회소통

입력
2011.05.08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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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가치에 대한 모색

“‘잘 만들었네’라는 감상을 내놓기보다는 숨은 의미를 읽어 주면 좋겠다.” 극사실주의 조각가로 프랑스 파리, 미국 뉴욕 등에서 전시를 해 온 조각가 최수앙(36)씨가 의미 운운하니 좀 의외다. 서울 종로구 신문로2가 성곡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는 최씨는 “인체를 표현하는 재료를 끊임없이 탐구하고 있지만 본질은 인체를 사실적으로 묘사해 그것이 가진 의미가 좀더 피부에 와 닿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작업 주제는 인체다. 이유를 묻자 그는 “우리가 알기 쉽고, 또 친숙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그의 인물은 범상치 않다. 과잉과 결핍의 대상이기 때문. 그는‘가려움증’ ‘식물인간’ ‘아스퍼거의 섬’ 등 병리학적 주제와 관련된 전시를 해 왔다. 가령 2009년작 ‘영웅’은 해병대 출신에 30여년간의 공무원 생활을 한 작가의 아버지를 조각한 것. 도드라진 힘줄과 꽉 쥔 주먹, 핏발 선 눈, 찌푸린 표정이 마치 살아 있는 듯 생생하다. 작가는 박정희 시대의 전형적 인물상인 아버지가 사회의 영웅인가, 혹은 희생양인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그의 최근작으로 꾸려진 이번 전시에서도 그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한결 같다. 다만 표현 방식에는 변화를 주었다. 치밀하고 섬세하게 인체를 조각하던 방식에서 눈 코 귀 등 인체의 특정 부위만을 강조하고 나머지는 흐릿하게 처리했다. 1층 전시실에 들어선 신작 ‘목소리들(Voices)’은 아이들이 붉은 카펫이 깔린 단상 위에 2명씩 8줄로 서서 노래하는 모습이다. 아이들은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포즈로 합창한다. 다만 얼굴은 흐릿하다. 형태는 갖췄지만 눈 코 입이 희미하다. 선명하게 반짝이는 아이들의 옷 구두와 상반된다. 그리고 그 위엔 손목이 절단된 손들로 구성한 니케의 상징 날개가 걸려 있다. 최씨는 “멀리서 보면 손이 아닌 날개로 보여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뜻도 포함됐다”며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아이들의 개성이 획일화하고, 개인의 선택이 무시당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새겨 봤으면 하는 의미에서 만든 작품”이라고 말했다.

‘연사(Speaker)’와 ‘청자(Listener)’가 한 쌍을 이룬 작품에도 작가의 비판적 시선이 어김없이 배어 있다. 두 조각은 각각 붉은 입술, 큰 귀만 강조돼 있다. 몸과 머리칼 등은 모두 사라질 듯 희미하다. 작가는 “현실에서 보면 사람들은 이데올로기나 고정관념 등을 그저 자의식 없이 받아들이기도 하고, 또 사회 보편적인 진실에 맞춰지지 않은 개인의 특수성에 괴리감을 느끼기도 한다”며 “특정 부위를 강조한 것은 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 어떻게 보이느냐의 문제를 드러낸 것”이라고 했다.

회화 작품도 처음으로 나왔다. 눈동자가 서로를 마주보고 있는 작품 두 점. 작가는 “회화는 점 선 면으로 이뤄진 평면 작업인데, 이는 일방적 시선”이라며 “이를 강조해 표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3층 전시실의 ‘실험 쥐’ ‘출구’ ‘아톰’등도 작가의 사회 비판적인 생각이 자유롭게 변용된 것.

그는 “보이지 않는 권력 구조에 희생당하는 무기력한 개인들을 향한 끊임없는 고민과 조형적 실험을 통해 과연 무엇이 가치 있는 것이고, 우리들 각자는 어디에 가치를 부여할지 한번쯤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6월 5일까지. (02)737_7650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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