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에서 예상을 뒤집는 결과가 나오자 당내 각 계파의 반응이 크게 엇갈렸다. 무엇보다 안경률 후보의 패배로 이재오 특임장관 측이 크게 당혹해 하는 모습이었다.
이 장관은 결선투표가 끝나자마자 제주 평상포럼 특강을 위해 투표장을 떠났다. 그는 앞서 예정됐던 제주지역 민주평통 특강을 취소하면서 투표에 참여하는 등 이날 경선에 큰 관심을 보였다.
이 장관은 공항으로 이동도중 경선결과를 보고받고 "의원들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측근을 통해 짤막하게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현장에 있던 이 장관 측근 의원들은 적잖이 충격을 받은 듯 했다.
한 측근 의원은 "지금으로서는 뭐라 말하기 힘들다"고 말을 아꼈다. 다른 측근은 "당의 새로운 변화를 요구한 것 아니겠느냐"라고 원론적인 수준에서 언급한 뒤 자리를 떴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결과가 이 장관의 당내 영향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더구나 1차 투표에서 친 이상득계인 이병석 의원을 지지했던 표가 결선투표에서는 대부분 황우여 후보에게 옮겨간 것을 `주류 분화'의 신호탄으로 보는 분위기도 있다.
친이계 한 의원은 "범 친이계중 이상득 의원측 상당수가 황 후보를 선택한 것은 친이계의 분열로 밖에 설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경선에서 황 후보를 적극 지지한 친박근혜계와 소장파는 "당내 변화 열망을 반영한 당연한 결과"라고 만족해 하는 분위기다.
친박계 한 의원은 "이번 결과는 당이 '탈MB화'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수도권, 소장파, 친박계 뿐만 아니라 친이계 일부도 당의 변화를 갈망한다는 것이 표결로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한 소장파 의원도 "친이계는 이탈 표가 많았고 친박계와 소장파는 응집력을 보였다"며 "당내 커다란 세력구도가 변화해가는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황 신임 원내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4선의 경륜을 갖춘 황 의원이 원내대표로서 누구보다 당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는 데 역할을 해낼 것"이라며 "참 잘된 결과"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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