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희 대통령실장은 6일 개각을 발표하면서 "이번 개각 내용은 일주일 전에 확정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개각 내용은 예상을 완전히 뒤집으며 거의 한 달여 동안 보도해 온 언론의 추적기사를 오보로 만들었다. 개각 발표 시간도 평소 오전이나 오후 일찍 이뤄지던 전례에 비춰 매우 드물게 오후 7시10분께였다. 개각 발표로서는 '심야'라고 할 수 있다. 오후 7시 넘어서 개각 내용이 발표된 경우는 거의 없었다. 이를 두고 "언론의 검증 시간을 줄이기 위한 것 아니냐'는 비판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점 때문에 이번 개각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당장 측근 중심으로 거론되던 개각의 내용과 방향이 뒤바뀐 것을 놓고 "최종 검증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문제가 돌출된 것 아니냐"는 말들이 나왔다. 개각 전날까지만 해도 청와대 주변에서는 '류우익 주중국대사와 권재진 청와대 민정수석 등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들이 각각 통일부와 법무부의 수장을 맡는다'는 얘기가 나왔다. 임 실장도 이날 "류 대사와 권 수석의 입각이 검토된 것은 사실"이라며 "(두 사람에 대해서는) 최종적으로 어제부터 고민해서 오늘 결정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임 실장의 설명과 다른 말이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류 대사가 통일부장관에 임명될 것이라는 말이 나올 때부터 한나라당 외교통상통일위원들이 '절대 안 된다. 반드시 낙마시키겠다'는 목소리가 나왔다"고 말했다. 류 대사의 경우 남북관계 관련 전문성이 없는데다, 전형적인 '회전문 인사'로 여권의 변화를 바라는 민심을 반영할 수 없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다른 여권 관계자는 이날 치러진 한나라당 원내대표 선거에서 비주류의 황우여 의원이 당선된 것과 연계시키기도 했다. 그는 "측근 중심 인사 가능성이 거론된 데 대해 의원들이 '청와대가 전혀 변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는 상황에서 비주류 원내대표가 등장한 것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략 오후3시를 넘어 원내대표 경선 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이 대통령이 최종 인사를 결정하면서 이를 고려했을 수 있다"면서 막판에 일부 장관 후보자가 바뀌었을 가능성을 거론했다.
이번 개각이 예비 인사청문회 등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깜짝 인사'라는 지적도 나온다. 임 실장은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후보자와 유영숙 환경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오늘 오후에 자체 청문회를 가졌다"며 "나머지 후보자들은 특별히 확인할 사항이 없을 정도여서 서면 검증으로 대신했다"고 말했다. 이날 내정된 한 장관 후보자는 "오늘 저녁 지인들과 약속을 잡았을 만큼 전혀 입각 생각을 못했었다"고 말해 급히 이뤄진 인사 의혹을 뒷받침했다.
청와대 주변에선 이번 개각이 막판까지 진통을 겪은 배경으로 인물난과 지역 안배를 꼽는 관측도 많다. 특히 기획재정부 장관의 경우 극심한 인물난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다른 관계자는 "당초 이번 개각에서 호남 출신의 이만의 환경부 장관과 이귀남 법무부 장관이 교체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를 대신할 호남 출신 인사를 찾는데 애를 먹고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며 "이 장관 유임에 대해 이 같은 측면에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고 말했다.
김동국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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