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반도체 업계에 20나노미터(㎚)급 공정 경쟁이 치열하다.
최근 일본 업체인 엘피다의 25나노미터 D램 반도체 개발 보도가 나오자, 삼성전자의 20나노급 제품 양산 임박 소식, 그리고 22나노 공정을 적용시킨 인텔의 비메모리반도체 개발 시연 및 생산 발표가 이어졌다.
나노미터(1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은 실리콘 반도체 원판인 웨이퍼에 새겨 넣은 전자회로의 선 폭을 10억분의 1m까지 줄였다는 것. 이는 성인 머리카락의 10만분의 1에 해당되는 두께다. 전자회로 선 폭이 좁아지면 그 만큼 웨이퍼 한 장당 더 많은 반도체를 얻을 수 있다.
반도체 업계에서 20나노급 제품 개발의 의미는 크다. 일반적으로 전자회로의 폭을 10나노 단축할 경우, 웨이퍼 한 장당 반도체 생산량은 50~60% 가량 늘어난다. 반면 전력 소비는 30~40% 줄어든다. 원가 절감과 함께 친환경 제품 개발에 매진해야 하는 현 상황에서 다량 생산 및 효율성 높은 20나노급 제품 양산은 각 기업들에겐 생존 문제와도 직결되는 중요한 사안이다. 특히, 인터넷 대중화와 함께 나타나고 있는 모바일 기기 확산은 저전력ㆍ친환경 D램 반도체의 수요를 증가시키고 있다.
150나노 제품이 나온 2000년 이후, D램 나노공정 역사를 살펴보면 사실상 국내 기업들이 해외 업체들을 압도하고 있다. 국내 업체인 삼성전자가 먼저 개발해 양산에 들어가면 하이닉스반도체(이하 하이닉스)가 따라오고, 일본 등 해외 업체들은 6개월~1년 가량 더 늦게 추격하는 양상으로 전개됐다. 현재 양산 중인 D램 반도체의 최신 공정에선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30나노급을, 후발 업체인 엘피다와 미국 마이크론 등이 50나노급을 각각 적용하고 있다.
초정밀 미세 공정이 요구되는 반도체 업계에선 기술 개발도 중요하지만 실제 제품 생산이 시작되는 양산 시점을 중요하게 여긴다. 연구실에서 제품 개발에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공장에서 직접 제품을 생산하는 데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과거 엘피다가 40나노(2009년)와 30나노(2010년)를 개발했다고 밝혔지만, 실제 시중에선 양산 제품을 찾아 볼 수 없어 신뢰도만 떨어뜨린 게 대표적 사례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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