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이 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 중에 하나가 묘수 풀이를 많이 접해 보는 것이다. 여기에는 다양한 바둑 기술이 집약돼 있기 때문이다.
일본 바둑 랭킹 1위인 대만 출신 프로 기사 장쉬가 최근 네 줄 바둑 묘수 풀이를 개발해 화제다. 네 줄 바둑 묘수풀이란 말 그대로 네 줄 바둑판(4×4) 위에서 펼쳐지는 흑과 백의 치열한 몸싸움이다. 한데 아홉 줄도 아니고 겨우 네 줄짜리 바둑판에서 묘수 풀이라니 그게 과연 가능할까 싶지만 실제로 보면 정말 깜찍하기 짝이 없다. 우선 이런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가 무척 신기하고 놀랍다.
기사 부부인 장쉬와 아내 이즈미(고바야시 고이치 9단의 딸)는 네 살 난 딸이 바둑에 좀더 가까워지게 하는 방법을 궁리하던 중, 네 줄 바둑판 묘수 풀이를 만들게 됐다고 한다. 장쉬는 "네 줄 바둑판이 일본어로 바둑을 뜻하는 한자 囲碁의 囲자와 닮지 않았냐"며 웃는다. 장쉬 내외는 그동안 만든 네 줄 바둑 묘수풀이 문제들을 모아 일본기원이 발행하는 월간 바둑 잡지 고월드에 소개했다.
네 줄 바둑판 묘수 풀이는 바둑판이 워낙 작기 때문에 첫 수부터 마지막 수까지 최선의 변화를 정확히 읽어 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사활과 끝내기가 결합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착수 선택의 범위가 좁은 만큼 일반 묘수 풀이보다는 상당히 쉬운 편이지만 그래도 보기보다 까다로운 변화가 많아서 바둑을 갓 배운 어린이 교육용으로 적합할 것 같다.
이번 주말은 5일 어린이날에서부터 10일 석가탄신일까지 하루 건너 공휴일이 이어지는 이른바 징검다리 연휴다. 가정에서 자녀들과 함께 네 줄 바둑 묘수 풀이를 한 번 풀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모든 문제는 흑선이다.
박영철 객원 기자 indra361@hk.co.kr
환격의 개념을 알아야
문제도 1 먼저 가장 기초부터 시작하자. 환격의 개념만 알면 아주 쉬운 문제다. 장쉬의 네 살 난 딸도 어렵지 않게 풀었다고 한다.
<1도> 1부터 <2도> 6까지 진행은 실패다. 백돌이 완하는 바람에 흑돌이 거꾸로 다 잡혔다. <2도> 6으로는 a로 이어도 된다. 이 때 흑이 6에 치중하면 형태상으로는 빅이 되지만 백이 따낸 돌이 더 많으므로 결국 백이 이긴다. <3도>와 <4도>처럼 환격의 기술을 이용해서 백돌을 다 잡는 게 정답이다.
빅을 만들면 안 된다
문제도 2 사활 묘수 풀이라기보다는 끝내기 문제에 가깝다. 흑의 입장에서 최선의 결과를 얻으려면 어떤 수순을 밟아야 할까.
<1도> 1은 상대의 집 모양을 없애려는 뜻이지만 최악의 선택이다. 4까지 유가무가로 흑이 다 잡힌다. <2도> 1, 3을 선수한 다음 5로 두는 게 그나마 좀 낫다. 전체가 빅이 되므로 무승부다. 하지만 이것도 정답이 아니다. <3도> 1부터 5까지 두는 게 최선이다. 결국 <4도>처럼 이 역시 빅이지만 중간에 흑이 백 한 점을 따냈으므로 결국 흑1집승이다.
흑의 최선의 선택은?
문제도 3 난이도가 약간 높아졌다. 흑이 백돌을 다 잡을 순 없고 최종적으로 몇 집을 이기는 게 최선일 지, 정확한 수순과 결과를 읽어내야 한다.
<1도>처럼 두면 알기 쉽게 빅을 만들 수 있다. 흑백 모두 따낸 돌이 없으므로 결국 무승부다. 하지만 <1도>는 실패다. 흑은 더 좋은 수가 있다. <2도> 1로 단수 친 다음 백이 2로 되단수 칠 때 3으로 패를 따내는 게 정답이다. 참고로 백2 때 흑3으로 4의 곳을 이으면 안 된다. 백이 얼른 a로 흑돌을 따내서 전체가 빅이 되지만 흑돌이 한 개 잡혔으므로 결과적으로 백이 한 집을 이긴다. 흑의 입장에서는 <3도>를 거쳐 <4도>처럼 서로 한 집씩 확보해서 빅을 만드는 게 정답이다. 흑이 <2도>에서 한 점, <3도>에서 두 점, 합계 백돌 세 개를 따낸 반면 백은 <4도>에서 흑 한 점 밖에 잡지 못했기 때문에 결국 흑이 두 집을 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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