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高물가를 잡아라" 금리인상 카드 꺼내 든 삼바 경제
삼바, 카니발 그리고 축구하면 떠오르는 나라 브라질. 최근에는 거대 신흥경제국 '브릭스(BRICs)'의 멤버로도 잘 알려져 있다. 브라질은 라틴 아메리카 지역 최대 국토를 가지고 있으며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큰 나라이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대다수 국민이 빈곤에 시달리고 국가는 외채 늪에 빠져 국제통화기금(IMF) 지원 없이는 살아가기 힘들었지만, 최근 8년간의 성장을 바탕으로 이제는 세계 8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 특히 지난해 브라질의 국내총생산(GDP)은 2009년 대비 무려 7.5% 증가한 2조2,000억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신흥 경제강국 브라질이 최근 자국 통화인 헤알화의 급등과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가파른 경제성장의 후유증이다.
우선 헤알화 가치의 급등. 지난 몇 년간 신흥국들이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이면서 브라질산 원자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해 브라질로의 해외자금 유입이 급증하고 있다. 또 브라질의 높은 금리(베네수엘라에 이어 세계 2위 수준)로 인해 금리 차이를 노린 단기 투기성 자금(핫머니) 유입도 날로 증가하고 있다. 올해 1분기 브라질에 유입된 외화만 356억달러로 분기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급증하는 해외자금 유입으로 3월 평균 환율은 미 달러당 1.658헤알까지 떨어졌다. 지난 2년간 미 달러화에 대해 45%나 절상된 것이다.
브라질 정부와 중앙은행은 헤알화 절상으로 인한 수출경쟁력 약화와 경제성장 둔화 가능성을 우려해 다양한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작년 10월 외국인 채권투자에 부과되는 금융거래세 세율을 2%에서 6%로 두 차례 인상하여 해외자금의 과도한 유입을 억제했고, 올 1월에는 상업은행이 미 달러화를 순매도할 경우 60%를 중앙은행에 지급준비금으로 예치하도록 했다. 또 외환당국은 외환시장 개입을 통해 헤알화 절상속도를 억제하고 있다.
인플레이션도 위협적이다. 올 3월 브라질의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전년동월 대비)은 6.3%로 작년 8월 이후 7개월 연속 상승 폭이 확대되면서 브라질 중앙은행의 목표 상한인 6.5%를 위협하고 있다. 이런 높은 인플레이션은 자칫 당국의 환율방어 노력을 수포로 돌아가게 할 수 있다.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상해야 하는데, 금리를 올릴 경우 금리차를 노린 해외자금 유입이 더욱 증가하여 또다시 헤알화 가치가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브라질 정부가 고심 끝에 내놓은 방안이 개인 신용대출에 부과하는 금융거래세의 인상이다. 최근 은행들의 연간 대출 증가율은 20%에 달하는 데, 이를 12%로 떨어뜨리기 위해 지난 4월8일 개인 신용대출 금융거래세를 현행 1.5%에서 3.0%로 인상하였다. 그러나 다수의 경제전문가들은 금리인상 이외의 대응방안으로는 지금의 높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브라질은 경제성장에 따른 중산층 급증으로 내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데다 앞으로 브라질에서 치러질 각종 국제 행사가 내수시장 과열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2014년 월드컵, 2016년 올림픽 등 국제 행사가 예정되어 있어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위한 재정지출이 불가피한 상황인 데다 월드컵과 올림픽 특수가 본격화하면 물가가 더욱 급등할 것은 자명한 일이다. 보다 근본적인 인플레이션 억제책으로 금리인상이 요구되는 이유다.
결국 브라질은 헤알화 가치와 물가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져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헤알화 절상 보다는 물가 급등이 브라질 경제에 더 치명적이라고 경고한다. 헤알화 절상을 우려하여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금리인상을 더 이상 미룰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물가안정은 올해 새로 출범한 호세프 정부가 지난 8년간 룰라 정부가 이룩한 경제적 성장의 내실을 기하기 위한 당면 과제이기도 하다.
다행히 최근 기도 만테가 재무장관과 알레샨드리 롬비니 중앙은행 총재가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인플레이션을 잡겠다"고 한 목소리를 낸 데 이어 중앙은행은 4월20일 정책금리를 인상(11.75% →12.0%)했다. 지금 브라질이 처한 딜레마를 보며 집권말기 무려 87%의 압도적 지지를 받은 룰라 정부가 이룩한 경제성장의 그림자가 현 호세프 정부에 너무나 크게 드리운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조용범 한국은행 국제경제실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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