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홍의 아이들'이 '스승'에게 매서운 맛을 보여줬다.
8일 부산 아이파크와 포항 스틸러스의 경기가 열린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지난해까지 부산 지휘봉을 잡았던 황선홍 포항 감독이 친정팀을 상대로 첫 나들이에 나섰다. 그러나 부산 선수들과 팬들은 3년간 동고동락했던 황 감독의 방문이 달갑지 않았다.
경기 전 황 감독은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없다"고 한 발을 뺏지만 "부산 선수들의 기량 때문에 나의 전술을 제대로 펼칠 수 없었다"는 비하 발언이 선수단에 공공연한 사실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부산 수비수 이정호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앙숙 맞대결인 '엘 클라시코'처럼 만들겠다며 투지를 불태우기도 했다.
부산은 이날 포항과 경기에서 김창수와 한상운의 연속골로 모따가 한 골을 만회하는 데 그친 포항을 2-1로 제압했다. 특히 '황선홍의 아이들'로 불렸던 김창수와 한상운이 '스승'인 황 감독의 '기량 미달 발언'을 잠재우며 부산의 진면목을 보여줬다. 이날 승리로 부산은 올 시즌 안방불패(4승3무) 행진을 이어갔다. 또 컵대회를 포함해 5연승을 내달린 부산은 리그 9위(3승3무3패)로 뛰어오르며 중위권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부산의 불타는 투지는 경기 초반부터 빛났다. 전반 18분 이정수의 헤딩슛이 상대 골키퍼의 손을 맞은 뒤 골대를 강타하는 등 부산은 위협적인 공격을 전개했다. 고대했던 선제골은 전반 31분에 터졌다. 아크 밖 왼쪽에서 한상운이 내준 패스를 김창수가 달려들며 30m 중거리포를 때렸고, 골대를 강타한 공은 골라인을 넘어서면서 득점으로 선언됐다.
전반 44분에는 한상운이 골문에서 환상적인 드리블로 수비수 3명을 제친 뒤 골까지 터트리며 기세를 올렸다. 2분 뒤 슈바에게 한 골을 내준 부산은 후반전에 골키퍼 이범영의 눈부신 선방으로 1골 차를 지켰다. 이범영은 이날 슈퍼 세이브 4개 이상을 해내며 승리에 기여했다.
FC서울은 '해결사' 데얀의 시즌 1호 해트트릭 활약에 힘입어 상주 상무를 4-3으로 제압했다. 서울은 이날 상주 원정경기에서 데얀의 해트트릭과 후반 42분 터진 현영민의 프리킥 결승골로 상주의 리그 무패행진(4승4무)을 저지했다.
이로써 서울은 최용수 감독대행이 지휘봉을 잡은 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를 포함해 3연승을 내달렸다. 리그에서 2연승을 거둔 서울은 3승3무3패(승점12)로 10위로 뛰어올랐다. 지난 4일 AFC 챔피언스리그 알 아인전에서 2골을 넣었던 데얀은 2경기에서 5골을 몰아치며 '특급 해결사'임을 증명했다.
한편 제주는 대구와 홈 경기에서 산토스와 김은중, 배기종의 연속골로 3-0 완승을 거뒀다. 4승3무2패(승점15)가 된 제주는 5위가 됐다. 골키퍼 윤기원의 자살로 충격에 빠졌던 인천은 대전 원정경기에서 2-1 역전승을 챙겼다. 경남은 김영우의 결승골로 힘입어 광주를 1-0으로 제압했다.
부산=김두용 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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