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저축은행 감독을 소홀히 한 금융감독원이 십자포화를 맞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비리를 제때 적발하지 못한 책임을 놓고 감사원과 검찰이 공방을 벌이고 있다.
6일 감사원 등에 따르면 금감원은 부산저축은행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일반대출로 분류하는 등 분식회계를 한 사실을 지난해 감사 과정에서 적발하고 이를 검찰에 통보했다. 금감원은 부산저축은행 공동검사 과정에서 대주주 비리 내용을 조사해 지난해 8월 검찰에 통보했으며, 같은 내용을 감사원에도 알렸다. 대검 중수부가 저축은행상황관리팀을 설치하고 본격적으로 수사에 나선 것은 지난 3월초, 수사 착수 6개월 전인 셈이다.
감사원은 특히 지난해 1~4월 ‘서민금융 지원시스템 운영 및 감독실태’ 감사에서 부산저축은행이 8,791억원의 PF대출을 일반대출로 분류하고 연체이자 정리를 목적으로 3,188억원을 증액 대출하는 등 분식회계를 한 사실을 적발해 검찰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는 감사원은 제때 검찰에 저축은행의 비위 사실을 통보했는데, 검찰이 늑장수사를 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검찰이 최근 부산저축은행그룹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감사원과 예금보험공사, 금감원이 부산저축은행에 대해 138일에 걸친 검사를 벌이고도 비리를 적발하지 못했다”고 지적한 데 대해 반격한 셈이다. 감사원은 그러나 자료를 검찰에 제출한 시기에 대해서는 “검찰 수사 초기”라고 밝혔을 뿐 구체적 시점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 같은 감사원의 입장이 전해지자 검찰은 즉각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검찰은 이날 “한 장짜리 보고서 외에는 전혀 넘어온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검찰 관계자는 “감사원에서 받은 것은 지난 3월 부산저축은행을 압수수색하기 직전에 요청해서 받은 감사결과서가 전부”라고 밝혔다.
검찰은 특히 부산저축은행 사태와 관련해 감사원의 어떠한 수사의뢰나 고발조치도 없었다고 말했다. 일부 수사팀 관계자는 감사원이 감사를 제때 제대로 하지 못하고 검찰에 책임을 떠넘긴다며 흥분하기도 했다. 수사팀 관계자는 “감사원이 지난해 감사 과정에서 문제점을 발견하고도 올해 수사 직전에 통보했다면 과연 누가 잘못한 것이냐”고 되물었다.
검찰은 또 부산저축은행 대주주의 비위행위를 금감원이 지난해 8월 검찰에 통보했다는 감사원 발표에 대해서도 “금감원으로부터 지난해 8월16일 통보받은 것은 PF대출과 관련한 1,900억원대 배임사건 단 한 건으로, 이는 안산지청에 배당해 압수수색 등 수사를 정상적으로 진행해오다 현재 대검 중수부가 이송 받아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검찰 수사로 드러난 부산저축은행의 7조원대의 광범위한 범죄 정황과는 직접적 관련이 없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곪을 대로 곪은 저축은행의 비리를 파헤쳐야 하는 검찰이 감사원이나 금감원을 탓하며 전혀 책임이 없다고 주장해서는 곤란하다는 시각도 있다. 인지와 첩보활동을 통해 좀더 일찍 자체적으로 수사에 착수했다면 결국 서민의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는 것이다.
거대한 비리를 앞에 놓고 관련 기관들이 책임 공방을 벌이는 것 같은 양상으로 일이 전개되자 일각에서는 국회 청문회와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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