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안부전화였다. 지난해 오사마 빈 라덴의 연락책 아부 아흐메드 알 쿠웨이티(본명 셰이크 아부 아메드)는 오랜 친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그동안 어디 있었어? 너무 보고 싶다. 잘 지내니? 요즘은 뭐해?" 쿠웨이티는 모호하지만 의미심장한 대답을 했다. "내가 전에 같이 있던 사람들한테 돌아왔어." 빈 라덴에게 돌아왔다는 뜻임을 알아차린 듯 친구는 "신의 가호를 빈다"고 말했다.
10년간의 지명수배자 오사마 빈 라덴을 잡는 일등공신은 평범한 안부전화였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최소 4년간 쿠웨이티를 추적해온 미 정보 당국은 이 통화로 쿠웨이티의 전화번호를 입수하고, 결국 아보타바드 은신처에 있는 그를 추적해 냈다.
미 정보기관은 쿠웨이티나 다른 사람들이 휴대폰 전원을 켤 때 위치가 잡히지 않도록 은신처에서 90분이나 차를 타고 나간 뒤에야 휴대폰에 배터리를 끼우는 주도면밀함에 경악했다. 전화도 인터넷도 없는 은신처는 도청이 불가능했다. 은신처 마당에서 한 남성이 매일 1~2시간씩 거니는 것을 목격해 '천천히 걷는 사람(the pacer)'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지만 선명한 얼굴 사진은 찍지 못했다. 그래서 미 당국은 작전 수행 직전까지 그가 빈 라덴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기회를 놓칠 수 없다고 판단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오전 8시 20분 지상작전 수행을 승인했고 1일 밤 백악관에서 작전을 지켜봤다. 성공이었다.
고은경 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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