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제 받지 않는 권력' 금융감독원이 수술대에 올랐다. 스스로 고쳐보겠다고 했지만 화가 난 이명박 대통령은 그조차 용납치 않았다. 이 대통령 지시대로 메스(태스크포스ㆍTF)는 다른 곳에 넘겨졌다.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TF에서 우리는 완전히 배제된 것으로 안다"며 "청와대와 총리실에서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5일 총리실 관계자는 이와 관련, "어제 통보를 받았고 빠른 시간 내에 TF구성이 끝나야 무엇을 논의할지 구상하는 것을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금융권과 정치권에서는 이미 다양한 논의가 오가고 있다.
무소불위의 역사
금융감독원은 본질적으로 권력기구였다. 금융회사의 생사여탈권을 쥔 금융권력이다. 과거 금융이 기업을 지배했던 시절엔, 재벌까지 좌지우지할 수 있는 막강 '경제권력'이었다. 한 금융계 고위인사는 "기업의 돈줄을 쥐고 있는 게 은행이었기 때문에 5공과 6공 때만해도 정부는 은행감독원(금융감독원의 전신)을 통해 재벌을 완전히 장악할 수 있었다"면서 "5공 정부가 최고 경제실세였던 이원조씨를 왜 은행감독원장에 임명했는지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인사는 "5공 때의 국제그룹 해체, 그리고 김영삼 정부 출범 후 대선 경쟁자였던 정주영 회장의 현대그룹에 대한 대출중단 등 제재조치가 모두 은행감독원을 통해 이뤄졌다"고 말했다.
은행감독원 증권감독원 보험감독원 신용관리기금 등 4개의 개별 감독기구를 한데 모아 1999년 현 금융감독원이 탄생한 후 그 힘은 더 커졌다. 과거처럼 '정치권력의 시녀' 역할은 많이 사라졌지만, 금융자율화 추세 속에 정부의 직접적 영향력이 줄어드는 만큼 일선 금융회사에 대한 금감원의 장악력은 훨씬 커졌다. 한 정부 관계자는 "정부(금융위원회)의 견제와 지휘를 받도록 되어 있지만 막강한 감독권한과 정보를 독점한 금감원을 견제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정부관계자는 "공신력이 큰 은행이나 증권 보험과 달리 제2금융권, 특히 저축은행 쪽은 예전부터 '지뢰밭'으로 여겨져 왔다"면서 "유혹도 많고 유착고리도 많은 곳인데 이를 그대로 방치해뒀던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어떻게 고쳐야 하나
전문가들은 금감원에 부여된 독점적 권한부터 분산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회 정무위 소속 우제창 의원은 "금감원을 다시 쪼개 은행감독 부문은 한국은행으로 보내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어렵게 모아놓은 감독권을 다시 예전의 분산체제로 환원시키는 것은 쉽지도 않고, 고려해야 할 요소도 많다. 하지만 ▦우리나라 통합 금감원 설립의 모델이 됐던 영국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감독청을 중앙은행에 흡수시켰고 ▦독일 역시 감독기능을 중앙은행(검사 및 자료요청권)과 금융감독청(인허가 및 소비자보호)으로 이원화했으며 ▦미국은 예전부터 중앙은행과 예금보험기구, 주정부 등으로 감독권을 분산해 놓고 있는 것처럼, 우리나라도 '금감원의 감독권 독점'은 어떤 형태로든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사실 국내에서도 검사의 효율성 및 견제균형을 위해 한국은행 예금보험공사 등과 일부 감독권을 공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어 왔지만, 금감원은 '독점의 밥그릇'을 고집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과거 김영삼 정부 때 했던 것처럼 청와대 직속으로 '금융개혁위원회'를 만들어 금융감독시스템 전반을 새롭게 논의해야 한다"면서 "무엇보다 견제와 균형이 달성되도록 새로운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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