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정책연구원의 지역별 암환자 연령표준화 수치는 그 동안 묻혀 있었던 지역간 암 발병률의 심각한 격차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연령표준화가 이뤄지자 지역별 암 발생 격차는 눈에 띄게 커졌다.
2009년 의료보장 대상 전체 암 진료환자(10만명당)는 연령표준화 전에는 경기가 1위였고, 제주가 최하위였다. 그러나 2002년 의료보장인구의 전국 연령분포를 기준으로 각 지역별 연령분포 차이를 없애고 표준화하자 울산이 1위로 올라섰고, 경북이 최하위로 바뀌었다. 1위와 최하위간 격차(10만명당)도 300여명에서 1,000명 가량으로 급격히 커졌다.
매년 1ㆍ2위를 차지하고 있는 울산, 경기는 산업단지가 많은 지역으로 이들 지역의 높은 암환자 비율은 이런 환경과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농촌 지역이 많은 강원, 전북, 경북 등은 암 환자 비율이 가장 낮았다.
신규 암환자수(연령표준화)를 보면, 2009년 인구 10만명당 400명 이상을 기록한 지역은 울산, 경기, 대전이었고, 300명대는 광주, 서울, 인천, 대구, 경남, 부산이었다. 경기, 경남을 제외하고 모두 대도시이다. 경남지역(314명)은 오히려 부산(304명)보다 신규 암환자가 많은 점이 눈에 띈다. 경남은 경기와 함께 산업지대가 많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 외 지역은 모두 200명대 신규 암환자를 기록했다. 신규 암환자가 가장 적은 지역은 2007년 강원, 2008ㆍ2009년은 전북이었다.
지역간 신규 암환자 발생 격차도 해마다 커지고 있다. 2007년 울산은 남성 신규 암환자는 1위였지만, 여성이 2위를 기록해 전체 신규 암환자 수치는 2위를 기록했다. 연령표준화 10만명당 364명으로 최저를 기록한 강원(283)의 1.5배 이내였다. 그러나 2009년 울산의 신규 암환자(492명)는 최저지역(전북ㆍ261명)과의 격차가 2배로 늘어났다.
울산 남성의 경우만 보면 더 심각하다. 2007년 울산 남성 신규 암환자(386명)는 최저지역(대구ㆍ300명)의 1.3배 가량이었지만, 2009년에는 2배를 훌쩍 넘었다. 울산 남성이 635명으로 최고였고, 전북이 285명으로 최저였다.
국립암센터 암역학연구과 신애선 선임연구원(의학박사)은 "의료기관 접근성이 좋아 건강검진을 자주 받는 대도시는 암 발생률이 높게 나온다"며 "또 환경적인 요인도 있을 수 있지만 대개 20~30년 전의 환경부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환경적인 요인을 직접적인 개별 암 발생 요인으로 확정하기는 무척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울산은 건강검진이 정기적이지 않은 저소득층 의료급여 대상도 암환자 비율이 1위인데 대해 "울산의 통계가 얼마나 의미가 있는지, 또 산업환경 등이 실제 영향을 미쳤는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연령표준화란
지역별로 들쭉날쭉한 연령분포를 동일하게 조정하고, 특정 현상을 연령편차 요인을 제거해 재분석하는 것이다. 연령분포가 동일해야 절대적 비교가 가능하기 때문. 예를 들어 똑같이 1,000명 중 암환자가 10명이라고 해도, 30대가 1,000명인 것과 60대가 1,000명인 것과는 같다고 할 수 없다. 암 발생은 원래 40대 이상이 90%를 차지하고, 노인인구가 많을수록 암 환자가 많기 때문이다. 국내 인구분포는 지역마다 연령차가 상당하며, 노인인구(65세 이상) 비율은 8~13%로 편차가 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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