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폰서 검사' 사건과 관련해 수천만원대의 향응접대를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전직 검찰 수사관들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자, 민경식 특별검사팀이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공소장을 변경했다. 이 사건으로 기소된 전ㆍ현직 검사 5명도 모두 무죄 판결을 받는 등 "아무런 성과도 못 냈다"는 비판에 직면한 특검팀의 '마지막 안간힘'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 최규홍)는 민경식 특검이 지난달 15일 "서울고검 전 계장 강모씨와 서모씨의 예비적 공소사실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를 추가하겠다"고 신청한 공소장 변경을 받아들였다고 5일 밝혔다. 강씨와 서씨는 사업가 박모씨에게 수사정보를 유출해준 대가로 30여 차례의 술접대를 받은 혐의(뇌물수수 등)로 구속기소됐다. 지난 1월 말 열린 1심에서 강씨만 공무상기밀누설죄가 인정돼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을 뿐, 이 사건의 핵심인 뇌물수수 부분에 대해서는 2명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
오는 12일 항소심 선고를 한 달여 앞두고 특검팀이 갑작스레 공소장을 변경한 이유는 1심 재판부가 강씨 등의 뇌물 혐의 입증에 필수적인 '직무 관련성'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재판부는 "강씨와 서씨는 박씨로부터 향응접대를 받은 시기에 (수사 부서가 아닌) 서울고검 총무과 인사계에서 행정업무를 맡아 사건 처리에 영향을 줄 수 없었다"고 판단했다. 직무와는 무관하게 향응접대가 이뤄졌던 만큼 그 대가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검팀은 고민에 빠졌다. "뇌물수수 혐의를 지나치게 엄격히 해석했다"며 즉각 항소하긴 했지만, 1심 판단을 뒤집을 수 있는 결정적 카드가 없다면 항소심에서도 유죄 입증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법리 검토를 거듭하던 특검팀은 결국 1심 판결문의 문장 하나에서 나름의 해결책을 찾았다. 판결문에 "강씨와 서씨의 행위가 알선수재죄에 해당되는지는 별론으로 한다"는 부분이 있었던 것. 뇌물수수죄는 피고인이 자신의 직무와 관련해 돈을 받거나 요구 또는 약속해야 성립하지만, 알선수재죄는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에 대한 알선의 대가로 금품이 오가면 적용할 수 있다. 피고인의 직무 관련성을 굳이 입증할 필요가 없어, 뇌물죄로 사법처리하기가 쉽지 않다고 판단될 경우 검찰은 종종 알선수재 혐의를 적용하곤 한다. 특검팀의 공소장 변경은 한마디로 항소심 재판부에 "뇌물수수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면 알선수재죄에 해당되는지 여부도 판단해 달라"고 요청한 셈이다.
그러나 법원 안팎에선 특검팀의 뒤늦은 공소장 변경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재경 법원의 한 판사는 "처음부터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면 1심에서도 결과가 달리 나왔을 가능성이 높은데, 항소심 선고 직전에 공소장을 변경한 것은 특검팀의 직무유기 아니냐"고 지적했다. 한 형사소송 전문 한 변호사도 "공소장 변경 자체가 특검팀이 얼마나 이번 재판에 자신이 없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민 특검은 "효과적인 유죄 입증을 위해 예비적 공소사실을 추가한 것일 뿐이며 직무유기라는 비판은 말이 안된다"라고 반박했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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