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특사로 유럽을 방문 중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5일 그리스에서"내년에는 중요한 선거들이 있고 하니 제가 좀더 적극적으로 활동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그리스 아테네에서 동행한 기자단과 한 시간 가량 간담회를 갖고 '대선주자로서 본격적 활동을 언제 시작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이는 박 전 대표가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대선주자 행보를 시작하겠다는 뜻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측근 의원은 "박 전 대표는 내년 4월 총선에서는 적극적으로 후보들을 지원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그러나 한나라당의 4ㆍ27 재보선 참패 이후 제기된 '박근혜 역할론' 등 정치현안에 대해선 즉답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박 전 대표는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신뢰와 원칙의 정치'를 이례적으로 강조했다.
박 전 대표는 "'답답하다. 고집이 왜 저렇게 세냐'는 오해도 받고, '원칙 공주'라는 말도 듣는다"며 "하지만 신뢰와 원칙이 사회적 갈등 해소 방안이자 미래 국가 발전의 패러다임이라고 생각하기에 유ㆍ불리를 따지지 않고 그런 정치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원칙과 신뢰를 강조한 것은 동남권 신공항 건설 등 대통령 공약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과 '당정청 분리'원칙이 훼손된 점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귀국하면 곧바로 적극적 정치 행보에 나설 계획인가.
"그것은 비약이다. 구체적으로 날짜를 정해 놓고 언제부터 행보를 시작한다고 할 수는 없다."
-한나라당이 위기에 빠진 원인과 해법은.
"당에서 많은 고민과 논란이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런 얘기는 한국에 돌아가서 말할 필요가 있을 때 하면 되지 않을까 한다."
-'박근혜 역할론'과 한나라당 지도체제 수정론 등에 대한 입장은.
"저는 미래 대한민국을 위한 패러다임을 얘기하는데 그런 단기적 질문만 하는가.(웃음)"
-6일 한나라당 원내대표 경선이 실시되는데, 차기 원내대표의 바람직한 자질은.
"저는 투표에 참여하지도 못한다. 의원님들이 잘 판단할 것이다."
-남북관계가 지나치게 경색된 게 아닌가.
"정부에서 (해법을) 모색 중이라고 들었다. 앞서 얘기하기 보다는 정부가 어떻게 풀어갈지 지켜본 뒤 기회가 되면 얘기하겠다."
-이명박 대통령이 그간 세 차례나 특사를 맡긴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한국에 가서 여쭤 보겠다.(웃음)"
-한 ∙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이 처리됐는데.
"수출로 성장할 수밖에 없는 나라이고 시장은 극히 적으니 그게 바람직하다. FTA가 발효되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므로 농업분야 지원 등 여러 노력을 해야 성공한다."
-특사로 네덜란드, 포르투갈, 그리스 등 3개국을 방문한 소감은.
"산업화 시기에 도로, 항만 등 사회간접자본을 깔았듯이 국민이 정말 행복해지고 선진국에 진입하려면 신뢰와 원칙이라는 무형의 인프라, 사회적 자본을 구축해야 한다. 네덜란드의 노사정 화합은 성공한 모델이지만 이를 그대로 들여올 수는 없다. 새마을운동이 수출되듯이 세계에 내놓을 만한 한국형 (노사정) 모델을 만드는 게 좋다. 포르투갈 파티마 성지 등을 둘러본 뒤 '스토리가 있는 관광'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허물어져 가는 집이라도 역사가 있으면 소중한 관광 자원이 된다. 자꾸 부수기만 할 게 아니다."
아테네=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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