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제 어머니의 선물로 '동화책'으로 정했습니다. 어머니는 도수 높은 안경 쓴 제 눈보다 밝아 곧잘 책을 읽는 모습을 보여주십시다. 제 시집이며 제 글이 실려 있는 책은 꼭 읽어보십시다. 전에도 말씀 드렸듯이 소학교 3년이 학력이 전부인 어머니지만 책 읽는 모습을 보며 제가 오히려 경건해집니다.
어머니는 동화책을 즐겨 읽습니다. 그림이 있어 좋다며 글씨가 커서 편안하다고 하십니다. 그때 저는 부모님에게 책을 선물 받았지만 그분들에게 책 한 권 사주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 가난했던 시절, 어머니가 사 주신 안데르센 동화전집이 제 운명을 바꾼 책이 되었다고 독서 강의에 나가서 하는 단골 이야기입니다.
출판전문지에 '왜 출판사는 어르신을 위한 책은 만들지 않느냐'고 항의 글을 쓴 적도 있습니다. 어린이날에 제 아이들에게 책을 선물하는 젊은 부모는 자신의 부모에게는 책을 선물하지 않습니다. 올 어버이날에는 심심할 때 읽어보시라고 글자가 큼직큼직한 동화책을 선물해 보시길.
그런 향기로운 수요가 있으면 메이저 출판사들도 어르신들을 위한 좋은 공급을 만들어 낼 것입니다. 그 책이 부모님을 많이 행복하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물론 그것만으로도 섭섭하시겠죠? 책 속에 또 다른 선물도 넣어 드려야겠지요. 저도 동화책 한 권, 책 속에 어머니의 단골 '동백다방' 가는 용돈을 넣어드릴 것입니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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