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5일 집권 이후 처음으로 9ㆍ11 테러의 현장인 뉴욕의 '그라운드 제로'를 방문했다. 오사마 빈 라덴 제거 작전 이후 나흘만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테러로 무너져 내린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건물 부지에서 헌화한 뒤 숙연한 자세로 당시 희생된 3,000여명의 넋을 추모했다. 짧은 추모의 시간 동안 오바마 대통령은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침묵에 대해 "끔찍한 공격을 받은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미국의 단합을 기억하는 자리에서는 어떤 말도 필요치 않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이슬람에 대한 복수의 의미로 오해되거나 정치적 이익을 노린 것으로 여겨지는 것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앞서 방문한 인근 소방서와 경찰서에서도 '정의'를 강조하면서도 '복수'나 '승리'라는 말은 쓰지 않았다. 그는 테러 당시 구조작업을 하다 15명의 대원이 숨진 한 소방서에서 "1일 작전은 정치나 정당을 뛰어넘는 정의를 실현한 것"이라며 "빈 라덴 사살은 약속을 지킨다는 메시지를 전세계에 전한 것"이라고 말했다.
미 언론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뉴욕 행보에 대해 "정의 실현을 국민에게 알리는 의미"라면서도 "이슬람권에 대한 불필요한 논란과 자극을 피하기 위한 행보는 조심스러웠다"고 전했다.
행사에는 루돌프 줄리아니 당시 뉴욕시장과 현 마이클 블룸버그 시장을 비롯한 정치인들이 대거 참석했으나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대변인을 통해 "전직 대통령이 언론의 조명을 받는 행사에 참석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할 것"이라며 초청에 불응했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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