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판 중인 우유는 안전합니다."
매일유업이 발암성 물질인 포르말린이 들어간 사료를 먹인 소의 원유로 우유를 만든다는 보도 이후 불안에 떨던 소비자들이 4일 국립수의과학검역원 발표에 안도했다. 유통 중인 45개 우유의 시료에서 포름알데히드가 극미량(0.002~0.026ppm) 검출됐으나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우유에서 자연 생성되는 범위(0.013~0.057ppm)보다 낮아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고 밝혔기 때문.
상황이 조기에 종료되기는 했으나, 농식품부 대응이 적절했는지는 따져봐야 한다. 이번 사태는 농식품부의 모호한 입장에서 시작됐기 때문이다.
애당초 매일유업 우유가 유해하다고 판단할 법적 근거는 없었다. 포르말린은 사료관리법이 정한 금지 물질도 아니었고, 포름알데히드의 식품 내 허용 수치를 정한 규정도 없었다. 그런데도 농식품부는 매일유업이 제시한 미국 식품의약청(FDA) 등의 안전성 검증자료를 무시하고, 해당 사료의 사용중단을 권고했다. "포르말린은 식품 및 위생 안전에 부정적 이미지가 있어 안전성 여부를 떠나 우유업계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논리였다.
단순 의심으로 사용중단을 권고했다면, 해당 의심에 대해 신속한 태도를 취하는 게 당국의 도리다. 농식품부는 그러나 유해성 논란에 명쾌한 답을 못 내놓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국제 기준 및 관련 논문 등 자료를 수집하고, 3월에는 축산과학원에 포르말린의 사료 내 사용 허용여부와 허용기준치를 검토 의뢰해 놓은 뒤, 사태가 확산되는데도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농식품부의 무책임한 늑장 대응으로 결국 해당 업체와 업계만 피해를 입게 됐다. 매일유업은 일주일 사이 제품과 회사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우유 매출이 20%나 감소했다. 또 관련 사항이 최초 보도된 지난달 29일 주가가 13.5%(1,850원)나 하락한 뒤에도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우유업계의 신뢰도도 땅에 떨어진 뒤였다.
박민식 경제부 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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