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테마주'로 불리는 '삼목정공'은 최근 한달 간(4월1일~5월2일) 코스닥에서 신용융자 잔고율이 가장 많이 상승한 종목이다. 4월1일 1.81%에서 한달 만에 6.17%로 뛴 것. 잔고율이란 시가총액을 신용융자 잔액으로 나눈 값인데, 이게 급증했다는 건 빚으로 사들인 지분 비율이 그만큼 급증했다는 의미다.
같은 기간 이 회사 주가는 39.69% 폭등했는데, 한국거래소의 조회공시 요구에 "특이사항이 없다"게 회사측 해명이다. 주가가 오를 이유가 없는데도 정부가 4대강 지류정비 계획을 발표한 뒤 콘크리트 구조물 업체라는 이유만으로 '묻지마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코스피지수 2,200시대가 열리고 연일 강세장이 계속되면서 빚을 내 투자하는 '위험한 개미'들이 늘고 있다. 지수가 사상최고치(2,228.96)를 찍은 지난 2일 현재 증권사가 투자자들에게 빌려준 신용융자 잔액도 7조원에 육박(6조 9,128억원)하며 올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런데 이들이 빚으로 투자한 종목 대부분은 실적 뒷받침 없고 주가 변동성이 높은 '테마주'에 집중돼 주가 하락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더 높고 그에 따라 투자자들의 연쇄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4월1일부터 이달 2일까지 신용융자 잔고율이 증가한 코스닥 상장사 상위 20개 중 8개는 '4대강', '방사능', '정치인' 등의 이름이 붙는 테마주였다. 유가증권시장도 이보다는 덜했지만, 방사능 테마주(유나이티드제약)와 4대강 테마주(NI스틸)가 상위 10위 안에 들었다.
빚, 테마주에 집중
실제로 인터넷 서점 업체 '예스24'는 한달 사이 주가가 17% 이상 오르면서 신용융자 잔고율도 3.07%에서 5.38%로 늘었다. 이 회사는 지주회사인 한세예스24홀딩스의 김동녕 회장과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각별한 인연이 알려지며 부각됐다. 김 회장은 손 대표의 정치적 기반이던 선진평화연대 공동대표로 활동한 경력이 있는데, 4ㆍ27 재보궐 선거 승리로 손 대표의 정치적 기반이 넓어지면서 회사 주가도 함께 상승했다. 한 전문가는 "잔고율이 2%포인트이상 상승한 다른 테마주도 뚜렷한 성과 없이 '희망'에 기댄 게 대부분"이라며 "일부 종목의 경우 급락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이미 비관적 전망이 현실화하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 4대강 테마주인 NI스틸은 지난달 초부터 같은 달 26일까지 29.9%나 올랐지만, 이후 하락 반전해 4일 현재는 전고점 대비 13%나 떨어졌다. 방사능 테마주인 유나이티드와 오공의 4일 주가도 최근 한달 중의 최고점 대비 각각 15.53%와 25.56% 폭락했다.
테마주에 '빚 테크'는 살얼음판 걷기
일부에서는 빚을 얻어 투자한 비율이 많은 테마주일수록 급등 후 낙폭이 클 수 밖에 없다는 비지적이 나오고 있다. 빚으로 투자한 경우 단시일내에 차익을 실현하려고 하기 때문에 매물이 몰려 나올 경우 급락장세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로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가 투자자에게 빌려준 신용융자의 만기는 대부분 60일이나 90일에 불과하다. 삼성증권 김성봉 투자전략팀장은 "신용융자는 특성상 언젠간 주식을 팔아야 하는 '매물 대기'와 같아 그 자체로 주가 상승을 억제하는 저항선 역할을 한다"며 "갑자기 물량이 쏟아지면 해당 종목과 더불어 전체 지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도 "실적과 객관적 가치가 증명되지 않은 허상의 테마주에 잘못 들어갔다가는 단기 수익을 내기 위해 매물을 내놓고 싶어도 거래가 안돼 발목을 잡힐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투기심리가 반영돼 있는 신용융자와 테마주가 긴밀하게 '위험한 동거'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 대지진과 같은 예상 밖 악재 등으로 증시가 조정을 받거나 하락하면 투자자들이 그대로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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