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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날씨와 역사' 행성 충돌ㆍ온난화ㆍ쓰나미…기후와 함께 진행된 지구 역사의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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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날씨와 역사' 행성 충돌ㆍ온난화ㆍ쓰나미…기후와 함께 진행된 지구 역사의 미스터리

입력
2011.05.05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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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디 체르베니 지음ㆍ김정은 옮김/ 반디 발행ㆍ392쪽ㆍ2만5,000원

일본 도호쿠(東北) 대지진과 원전 사고 직후 한반도도 공포에 떨었다. 가장 염려했던 건 바람에 실려온 방사성물질이 비에 섞여 내리지 않을까 하는 '우환(雨患)'이었다. 야외 활동이나 하루의 기분 정도를 좌우하던 날씨가 안전을 위협하는 무서운 존재로 다가선 것이다.

날씨(weather), 그리고 날씨들의 집합인 기후(climate)는 이처럼 일정 기간, 특정 지역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칠 뿐 아니라 인류의 역사, 더 나아가 지구의 역사를 바꿔 놓기도 한다. 미국의 저명한 기후학자 랜디 체르베니가 쓴 <날씨와 역사 (원제 weather's greatest mysteries solved)> 는 날씨와 기후의 비밀을 품고 있는 역사적 사건으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6,500만년 전 북미에 서식하던 '티라노사우루스렉스(T렉스)'는 왜 갑자기 멸종했을까. 저자는 소행성의 지구 충돌에서 답을 찾는다. 지름 약 10km의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했을 때 발생하는 에너지는 2차 세계대전에 종지부를 찍은 나가사키 원폭의 10억배에 이른다. 충돌 순간의 화재와 쓰나미, 기온 상승, 그리고 이어진 지구 한랭화는 생명 있는 것들의 대학살을 가져왔다. 이밖에도 마야 문명은 왜 사라졌을까, 성경에 나온 홍해의 기적은 진짜 있었을까 등 역사 속의 미스터리들을 하나하나 풀어가며 기후학 분야에 축적된 연구 성과들을 흥미롭게 전한다. 마약전쟁과 기후의 관계를 밝힌 현재 진행형의 물음들도 포함돼있다.

저자는 기후학자를 탐정에 비유한다. 미스터리를 발견하고, 실마리를 찾아 증거를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해답을 내놓는 과정이 탐정 일 그대로다. 그러려면 최첨단 연구 기법과 장비가 필요하다. 인류가 멸종 위기에 처했던 7만3,000년 전 기후의 비밀을 밝히는 데는 얼음 코어 분석이 동원됐다. 빙하를 원통형 드릴로 뚫어 채취한 얼음 층을 분석하는 것인데 이렇게 채취한 얼음 코어의 시대는 최고 74만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한다.

저자는 20편의 미스터리 추적을 끝내면서 7가지 교훈을 제시한다. '기후는 변한다'는 당연하면서도 잊기 쉬운 명제의 재확인에서 '기후는 먼 미래에도 미스터리로 남을 가능성이 있다'(그래서 날마다 새로운 발견이 이뤄진다)는 양면적 진실까지. 가장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은 '흑백논리를 조심하라'가 아닐까 싶다. "환경결정론도, 인위적 결정론도 지구환경 체계의 놀라운 복잡성을 설명하지 못한다. 기후 체계는 우리가 알고 있는 체계 중에 가장 복잡한 것 중 하나다."

이희정 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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